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마지막 공판기일을 앞두고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민고은 변호사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전 피해자의 말을 전했다. 민 변호사는 피해자가 살해되기 전까지 피의자 전주환(31)의 성폭력처벌법 및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 재판을 진행해왔다.
민 변호사는 피해자에 대해 “누구보다 강하고 용감한 분”이라 회상하며 “(피해자가)더 이상 범죄 피해 속에서 지낼 수 없다는 생각에 고소를 결심했고,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온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며 탄원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마지막 탄원서에도 “누구보다 이 사건에서 벗어나고 싶은 제가 합의 없이 오늘까지 버틴 것은 판사님께서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민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지난달 18일 마지막 공판기일을 앞두고 ‘법원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피해자는 피의자가) 절대 보복하지 못하도록 꼭 엄중한 처벌을 부탁드린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피의자 전주환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반성하지도, 합의를 구하지도 않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민 변호사는 “판사님이 ‘피고인이 무조건 잘못한 것 아니냐’ 말했을 때도 반성하는 기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공판기일을 마치고도 사과 편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말만 전하고는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대하는 수사기관의 태도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수사기관 각각의 잘잘못을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도 “사건을 진행하면서 수사기관이 피해자 보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느꼈다”고 얘기했다.
민 변호사는 고인의 죽음이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2년간 스토킹 피해를 입은 끝에 결국 살인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라며 “더 이상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유족 측은 법원에 피해자의 기존 재판에 대해 재판 비공개 및 방청 금지, 판결문 비공개를 신청해 둔 상태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