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예배 과정은 구약성경 전도서 말씀을 생각나게 하는 순간이었다. 영국 왕실의 화려한 대관식이나 결혼식보다 장례식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날 여왕의 장례예배와 하관예배가 전 세계에 생중계 되면서 약 40억명이 생생한 기독교 예배의 모습을 지켜봤다. 예배는 성경 봉독, 찬송, 설교, 기도 순으로 진행됐다.
장례예배는 이날 오전 11시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데이비드 호일 주임 사제의 집전으로 시작됐다. 그는 “슬픔과 심오한 감사 속에서 우리는 여기 하나님의 집에 왔다. 이 교회는 기도의 장소이자 기억과 소망을 가진 곳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여기서 결혼식을 하고 대관식을 올렸다. 그리고 이제 성스러운 의무를 수행했던 여왕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의 긴 생애 동안 보여줬던 이타적인 섬김을 추모하고 우리의 창조자요 구속자이신 자비로운 하나님께 그를 보내기 위해 영국과 영연방, 그리고 전 세계로부터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진 찬송은 영국 기독교인들이 애창하는 찬송가인 ‘주 허락하신 날 저물어가니’(The day Thou gavest, Lord, is ended)였다. 이 찬송은 1870년 작곡가인 존 엘러튼이 지은 것으로 빅토리아 여왕 즉위 50주년 기념예배에서도 불려졌다 한다. 교회당에 모인 하객 2000여명은 순서지에 있는 가사를 보면서 함께 불렀다. 1절 가사는 이렇다. “주님 허락하신 날이 저물어갑니다/ 어둠이 내림도 그 명령을 따름이오니/ 아침에 올려드린 우리의 찬송이 주님을 높이게 하시고/ 우리 안식의 시간을 거룩하게 지켜주소서.”
다음 순서는 성경 봉독이었다. 영연방 사무총장이 낭독했다. 본문은 고린도전서 15장의 세 구절이었다. 말씀은 흠정역(KJV·King James Version) 영어 성경으로 읽혀졌다. KJV는 1611년 당시 제임스 1세에 의해 성공회와 장로교 학자 47명이 모여 번역, 완성됐다. 번역 작업 일부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이루어졌다. 해당 본문 말씀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이제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사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가 되셨도다 사망이 한 사람으로 말미암았으니 죽은 자의 부활도 한 사람으로 말미암는도다.”(now is Christ risen from the dead, and become the firstfruits of them that slept. For since by man came death, by man came also the resurrection of the dead)(고전 15:20~21)
“그 후에는 마지막이니 그가 모든 통치와 모든 권세와 능력을 멸하시고 나라를 아버지 하나님께 바칠 때라 그가 모든 원수를 그 발 아래에 둘 때까지 반드시 왕 노릇 하시리니.”(Then cometh the end, when he shall have delivered up the kingdom to God, even the Father; when he shall have put down all rule and all authority and power. For he must reign, till he hath put all enemies under his feet. The last enemy that shall be destroyed is death)(고전 15:24~25)
“이 썩을 것이 반드시 썩지 아니할 것을 입겠고 이 죽을 것이 죽지 아니함을 입으리로다 이 썩을 것이 썩지 아니함을 입고 이 죽을 것이 죽지 아니함을 입을 때에는 사망을 삼키고 이기리라고 기록된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사망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네가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이 쏘는 것은 죄요 죄의 권능은 율법이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
(For this corruptible must put on incorruption, and this mortal must put on immortality. So when this corruptible shall have put on incorruption, and this mortal shall have put on immortality, then shall be brought to pass the saying that is written, Death is swallowed up in victory. O death, where is thy sting? O grave, where is thy victory? The sting of death is sin; and the strength of sin is the law. But thanks be to God, which giveth us the victory through our Lord Jesus Christ. Therefore, my beloved brethren, be ye stedfast, unmoveable, always abounding in the work of the Lord, forasmuch as ye know that your labour is not in vain in the Lord)(고전 15:53~58)
이어 성가대가 찬양을 불렀다. 곡은 영국 작곡자 주디스 웨어가 작곡한 ‘시편 42편 1~7’이었다. 시편 42편은 하나님을 사모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성경봉독은 리즈 트러스 총리가 낭독했다. 본문은 요한복음 14장 1~9절 말씀이었다. 이 본문 역시 KJV를 사용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너희가 아느니라 도마가 이르되 주여 주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거늘 그 길을 어찌 알겠사옵나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너희가 나를 알았더라면 내 아버지도 알았으리로다 이제부터는 너희가 그를 알았고 또 보았느니라 빌립이 이르되 주여 아버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옵소서 그리하면 족하겠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빌립아 내가 이렇게 오래 너희와 함께 있으되 네가 나를 알지 못하느냐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
(Let not your heart be troubled: ye believe in God, believe also in me. In my Father's house are many mansions: if it were not so, I would have told you. I go to prepare a place for you. And if I go and prepare a place for you, I will come again, and receive you unto myself; that where I am, there ye may be also. And whither I go ye know, and the way ye know. Thomas saith unto him, Lord, we know not whither thou goest; and how can we know the way? Jesus saith unto him, I am the way, the truth, and the life: no man cometh unto the Father, but by me. If ye had known me, ye should have known my Father also: and from henceforth ye know him, and have seen him. Philip saith unto him, Lord, show us the Father, and it sufficeth us. Jesus saith unto him, Have I been so long time with you, and yet hast thou not known me, Philip? he that hath seen me hath seen the Father; and how sayest thou then, Show us the Father?)
다음 찬송은 ‘주는 나의 목자’(the Lord’s my shepherd)로 17세기 영국 청교도인 프랜시스 로우즈가 시편 23편을 배경으로 지었다. 스코틀랜드 교회에서 먼저 불려지기 시작했다. 이 찬송은 엘리자베스 2세가 필립공과의 결혼식에서 불려지기도 했다.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캔터베리 대주교는 설교에서 “죽음은 영광의 문이다. 여왕은 과거 스물한 번째 생일을 맞아 방송에서 그의 삶 전체를 영국과 영연방을 위해 헌신하기로 발표했다. 예수님은 우리가 읽은 본문에서 그의 제자들에게 어떻게 따를지(how to follow)를 말하지 않고 누가 따를지(who to follow)를 말했다. 그러면서 예수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하셨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그의 지위나 야망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가 누구를 따르느냐를 통해 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슬픔의 날에 우리는 여왕의 풍성한 삶과 사랑스런 섬김을 기억한다. 이제 우리 곁을 떠난 그녀는 기뻐했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그의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최근 누군가를 잃은 가족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슬픔을 치유하시길, 그들 삶에 남겨진 빈 구멍에 기쁨의 삶의 기억들로 채워지길 바란다”고 했다.
웰비 대주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여왕이 대국민 연설에서 인용한 베라 린의 노래 중 ‘우리는 다시 만날 것’(We will meet again)이라는 가사를 언급했다. 그는 “크리스천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의 확실한 기대를 의미한다. 그리스도는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셨고 모든 사람을 위해 생명을 바치셨다”며 “우리 모두는 자비로운 하나님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삶과 죽음에서 영감을 준 여왕의 섬김의 리더십을 나눌 수 있다. 여왕이 보여 준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의 영감의 본을 따르는 모든 이들은 다시 만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교했다.
이어 작별 노래로 ‘my soul, there is a country’가 성가대에 의해 불려졌고 대표기도가 진행됐다. 대표기도는 스코틀랜드 교회, 잉글랜드 교회 회합, 런던 주교, 자유교회 그룹, 웨스트민스터 대주교, 요크 대주교, 웨스트민스터 사원 성가대 등 영국 내 교단에서 대표자들이 나와 기도했다.
장례예배는 주기도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마쳐졌다. 오전 11시 55분 영국 전역에서 전 국민이 2분간 묵념을 하고, 백파이프로 영국 국가를 연주했다. 국가는 이제 여왕(Queen)이 아닌, ‘하나님이여, 국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로 시작됐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