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사건의 피고인 이은해(31) 측이 공판 절차를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기존 혐의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가 추가되면서 관련 쟁점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 심리로 20일 열린 14차 공판에서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와 공범 조현수(30)의 공동 변호인은 “공소장 변경으로 그동안 주요 쟁점이 되지 못했던 구조 의무 이행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 출동 소방관이나 펜션 업주 등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목격자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으므로 현장 검증도 신청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에게 “공판 절차 정지 기간은 구속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감수하고도 정지 청구를 유지하는 입장이냐”고 물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의 구속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기에 공판 절차 정지를 청구한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검찰은 “그동안 증인신문 과정에서 충분한 심리가 이뤄졌다”며 공판 절차 정지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상구조 전문가와 계곡 살인사건 당시 동행한 증인 등의 진술로 심리가 충분히 이뤄졌고, 이씨 등이 의도적으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증명됐다는 게 검찰 측 추장이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에 따른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는 있다”면서 “변호인과 검찰 측의 최종적인 의견을 서면으로 주면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또 이씨 측이 신청한 현장 검증에 대해선 “현장에 가야만 알 수 있는 건 아니고 약도 등으로 충분할 것 같다. 필요하다면 동영상을 찍어서 증거로 신청해달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구조를 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아 살해했을 때 적용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닌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이씨와 조씨에게 적용했다. 이후 이씨와 조씨의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와 함께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1일 13차 공판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통상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됐을 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높다.
재판부가 공판 절차 정지를 허가하면 이달 22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다음 공판은 미뤄진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수영을 못 하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했으나, 잠적 4개월 만인 지난 4월 경기도 고양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