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이 학원비가 팍 올랐어요, 어쩌죠” 학부모들 탄식

입력 2022-09-20 17:44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재원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9월 모의고사에 응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공동취재

올해 들어서만 서울 절반 이상의 지역에서 학원 교습비 조정기준이 인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 학원비의 가이드라인과 같은 조정기준이 상향되면서 실제로 학원비가 오르고 있다는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생활 물가 고공행진으로 가계 부담을 겪는 서민들에겐 이중고인 셈이다.

서울 시내 교육지원청 11곳 중 6곳은 올 들어 교습비 조정기준을 인상했다. 시행일자 기준으로 3곳은 1월, 1곳은 3월, 2곳은 7월부터 새 기준을 적용했다. 나머지 5곳은 지난해 이미 인상을 단행했다. 최근 2년 새 서울 전역의 교습비 조정기준이 인상된 것이다.

교습비 조정기준이란 일종의 ‘학원비 지침’이다. 각 지역 교육지원청이 보통 교과와 외국어부터 정보, 예능, 독서실, 개인과외교습 등 항목별로 분당 단가를 정해주는 식이다. 개별 학원이 기준을 초과해 교습비를 받고자 할 땐 조정위원회의 심의대상이 될 수 있다.

조정기준 인상은 서울 학원가 곳곳의 교습비 인상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지난 7월 한 송파구의 한 온라인 맘카페에 올라온 ‘영어학원비 2만원 인상’ 내용의 글엔 ‘그래도 늦게 올린 편’ ‘저희도 올해 초부터 올랐다’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서울 만의 문제도 아니다. 강원도 원주에서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키우는 이모(42)씨는 20일 “주1회 10만원이던 단체반 수강료가 이달부터 13만원으로 올랐다”며 “연봉 인상률은 낮고 그마저도 코로나19 이후론 쭉 동결 중이라 4년간 보낸 수영장을 관두게 했다”고 말했다.

당국과 학원가는 누적돼 온 학원 운영 제반비용 상승에 코로나19 여파, 고물가 추세까지 겹쳐 더 이상 인상을 미룰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013년 이후 물가가 11% 넘게 오르는 동안 교습비 조정기준은 거의 동결됐다가 이번에 평균 3%정도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임금 인상에 따른 구인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며 “진작 올라야 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습비 조정기준은 학부모 부담 증대 등을 이유로 최근 수 년간 동결을 이어왔다. 올해 조정기준을 4% 올린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2014년, 8.4% 올린 성동광진교육지원청은 2012년이 마지막 인상이었다.

다만 학부모들의 체감 부담은 실제 교습비 조정기준 인상률을 웃도는 분위기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 원비를 올리지 않던 학원들도 인상 대열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태권도장이나 수영장처럼 법적으로 ‘학원’에 해당하지 않는 시설들은 조정기준에 구애받지 않고 강습료를 올려받을 수 있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사교육이 필수인 교육 환경을 그대로 둔 채 사교육비를 통제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물가도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부모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3조4000억원으로, 해당 통계를 발표한 2007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