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백신 맞고 뇌 질환 “정부 보상해야” 첫 판결

입력 2022-09-20 14:37
국민일보DB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뇌 질환을 진단받은 30대 남성에게 정부가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 보상을 둘러싼 소송에서 피해자가 승소한 국내 첫 판결로 꼽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30대 A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29일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위해 AZ 백신을 투약했다. 그는 이튿날 발열 증상을 느낀 뒤 또 하루 지나 어지럼증과 다리 저림, 몸에서 냉기와 열기가 반복되는 감각 이상 등의 증상까지 나타나자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 뇌에서 소량의 출혈성 병변이 확인됐다.

병원은 A씨에게 이상 반응이 발생했다고 보건소에 신고했고 추가 검사 끝에 뇌내출혈과 대뇌 해면 기형, 단발 신경병증 진단을 내렸다. 이후 A씨의 배우자는 진료비 337만1510원, 간병비 25만원의 피해 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관리청은 이를 거부했다.

당시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보상위원회)는 백신보다는 다른 원인으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했다. A씨의 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 영상에서 해면상 혈관 기형이 발견됐고, 다리 저림은 해면상 혈관 기형의 주요 증상인 점에 비춰볼 때 예방접종과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보상위원회의 판단이었다.

A씨는 보상 거부에 불복해 지난 2월 소송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질병과 예방접종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린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 뇌에서 혈관 기형이 발견된 것은 맞다”면서도 “A씨 증상과 질병이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서만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상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의 혈관 기형은 발생 원인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어 “A씨는 예방접종 이전에는 매우 건강했고 신경학적 증상이나 병력도 전혀 없었다”며 “예방접종 바로 다음 날부터 두통, 발열 등의 증상이 발생했고 이는 질병관리청이 이상 반응으로 언급한 증상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보상위원회는 A씨가 다리 저림 증상을 느낀 시점을 ‘접종 14일 후’라고 명시하고 시간적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는데, 재판부는 이 점도 문제 삼았다. AZ 백신을 접종한 뒤 불과 1~2일 후 발열, 두통과 다리 저림이 나타난 사실이 증명되는 만큼 예방접종과 A씨 증상 사이에 명백한 시간적 밀접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백신 접종 후 비로소 이상 증상이 발현됐다면 다른 원인에 의해 발현됐다는 점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증명이 없는 한 만연히 해당 증상 및 질병과 백신 사이에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