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20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과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경찰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피의자 전주환(31)의 과거 불법촬영 혐의를 통보받지 못해 여가부의 피해자 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스토킹 피해자 지원 관련 긴급현안보고’에 출석해 “이번 사건에서 답답하다고 느끼는 것은 여가부 장관이 피해자 보호에 상당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서울교통공사로부터 가해자의 불법촬영 혐의를 통보받지 못한 점”이라고 말했다.
성폭력방지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장은 해당 기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 반대가 없으면 그 사실을 여가부에 통보해야 한다. 다만 통보하지 않았을 때 제재할 수단은 현재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0월 경찰로부터 전주환의 불법촬영 혐의를 전달받았지만, 피해자가 교통공사 직원인지 특정되지 않아 여가부에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피해자의 반대 의견이 없으면 통보하게 돼서 늦어졌다. 피해자가 누군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해자는 알고 있지 않았냐”고 지적하자, 김 사장은 “이번 기회에 제도적 허점을 같이 보완해달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장관은 “사건을 통보하지 않았을 때 여가부가 취할 수 있는 제재 조치가 없다. 이번에 살해된 피해자가 여가부로부터 상담이나 주거‧법률 지원 등을 받았다면 이렇게까지 비극적인 사건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이 “사건을 통보받았다면 어떻게 막을 수 있었겠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현장점검을 통해 예방 교육은 제대로 했는지, 매뉴얼은 있는지 피드백할 수 있다”며 “서울교통공사의 예방 교육이나 스토킹 등 직장 내 괴롭힘 문제 그런 부분에 대해 광범위하게 대안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경찰청에서도 해당 사건을 통보받지 못한 것을 언급하며 “(성폭력 사건을 수사할 때) 개인정보를 노출하라는 것이 아니다. 사건이 있을 때 정보가 즉시 제공되지 않고 기사로 보게 되면 예방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날 여가부는 스토킹 피해자 보호 방안으로 공공기관 성희롱‧성폭력 사건 미통보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