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 전세대출 사기…주범은 금융기관 직원이었다

입력 2022-09-20 13:59 수정 2022-09-20 15:05
부산서 50억원 규모의 전세대출 사기 일당 48명이 검거됐다. 부산경찰청

금융 상식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 등 20대를 범행 도구로 삼아 수십억원의 대출사기를 저지른 일당이 적발됐다. 범행을 주도한 사람은 금융기관의 직원이었고 공인중개사, 시행사 등도 각자의 역할을 맡아 사기에 가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9일 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금융기관 직원 A씨(40대)와 공범 B씨(30대) 등 4명을 구속하고 4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2020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부산지역 미분양 아파트나 빌라 등을 이용해 30여건의 대출을 받아 총 5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서 50억원 규모의 전세대출 사기 일당 48명이 검거됐다. 부산경찰청

경찰조사에 따르면 A씨는 은행 전산망을 이용한 신용등급 조회, 범행 자금지원 등 범행 전반을 주도하면서 공범들에게 역할을 분담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대 초중반의 사회 초년생을 꾀어 대출받게 하는 방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모집책 B씨가 모아온 젊은이들은 오피스텔에서 합숙하는 이른바 ‘가출팸’ 형태로 관리했다. 겉으로는 갈 곳 없는 젊은이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돈줄’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일당은 미분양 건물에 입주한 것처럼 임대계약서를 위조해 대출받은 뒤 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들은 같은 건물에 세입자만 바꿔 여러 차례의 전세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는 은행이 전세 자금을 대출할 때 현장 실사를 잘 하지 않는 점을 노린 것이었다.

일정한 직업이 없던 젊은이를 직장인 것으로 꾸며 3000만원가량의 신용대출을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범행 대상 가운데는 지적장애인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대출 사기 수법. 부산경찰청

경찰은 이들이 벌어들인 범죄수익금을 특정하고 이들이 소유한 12억원 상당의 아파트 등 4건에 대해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추가로 3건을 더 진행 중이다.

경찰은 범행을 도운 시행사와 공인중개사 등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금융기관 간 대출 정보를 공유·열람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권고할 예정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