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상식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 등 20대를 범행 도구로 삼아 수십억원의 대출사기를 저지른 일당이 적발됐다. 범행을 주도한 사람은 금융기관의 직원이었고 공인중개사, 시행사 등도 각자의 역할을 맡아 사기에 가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9일 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금융기관 직원 A씨(40대)와 공범 B씨(30대) 등 4명을 구속하고 4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2020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부산지역 미분양 아파트나 빌라 등을 이용해 30여건의 대출을 받아 총 5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A씨는 은행 전산망을 이용한 신용등급 조회, 범행 자금지원 등 범행 전반을 주도하면서 공범들에게 역할을 분담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대 초중반의 사회 초년생을 꾀어 대출받게 하는 방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모집책 B씨가 모아온 젊은이들은 오피스텔에서 합숙하는 이른바 ‘가출팸’ 형태로 관리했다. 겉으로는 갈 곳 없는 젊은이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돈줄’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일당은 미분양 건물에 입주한 것처럼 임대계약서를 위조해 대출받은 뒤 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들은 같은 건물에 세입자만 바꿔 여러 차례의 전세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는 은행이 전세 자금을 대출할 때 현장 실사를 잘 하지 않는 점을 노린 것이었다.
일정한 직업이 없던 젊은이를 직장인 것으로 꾸며 3000만원가량의 신용대출을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범행 대상 가운데는 지적장애인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벌어들인 범죄수익금을 특정하고 이들이 소유한 12억원 상당의 아파트 등 4건에 대해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추가로 3건을 더 진행 중이다.
경찰은 범행을 도운 시행사와 공인중개사 등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금융기관 간 대출 정보를 공유·열람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권고할 예정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