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트럼프 통화’ 누설, 강효상 전 의원 1심서 유죄

입력 2022-09-20 12:30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강효상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간 통화내용을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효상 전 자유한구당 의원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태균 부장판사는 20일 외교상 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의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외교상 비밀의 내용과 중요성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이 사건으로 특별한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강 전 의원에게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전달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함께 기소된 외교관 A씨는 징역 4개월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고등학교 선배인 강 전 의원과 문답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전달 내용이 기자회견 형식으로 외부에 널리 알려질 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양형에 고려됐다.

A씨는 2019년 5월 강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관련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전했다. 강 전 의원은 이를 토대로 통화 당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정상의 방한 협의 내용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 발신 차원에서 필요하고 한국 국민이 원한다’는 취지로 방한을 요청하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쁘지만 주한미군 앞에서 만나는 것이라면 생각해 볼 수 있다. 방일(2019년 5월 25일∼28일) 후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방식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답하는 내용 등이 공개됐다.

재판부는 “한·미 정상간 통화내용은 ‘3급 국가기밀’”이라며 “국가 간 외교적 신뢰 등에 따라 방한 여부 및 일정이 특정되고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공식 발표될 때까지 비밀로 엄격히 보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공개된 정보에 불과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청와대 대변인은 2019년 5월 17일 한·미 정상이 ‘가까운 시일 내 미 대통령의 방한’을 협의했다고 언급했을 뿐 일정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며 “이런 사실을 통해 살펴보면 문 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통화 내용은 공개된 정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