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영국 방문을 두고 “우리가 결례를 한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탁 전 비서관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9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 조문을 하지 못한 것을 두고 이같이 꼬집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당초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에 방문해 조문할 예정이었으나 교통혼잡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고, 이후 조문록만 작성하게 됐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외교참사’라고 비난한 반면 여당에서는 ‘사실왜곡’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탁 전 비서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외교 일정을 책임질 수 있는 인사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현재 주영 한국대사직이 공석인 데다 외교부 장관도 뉴욕에서 일정 때문에 대통령을 수행하지 못했던 점을 들며 “외교 경험이 일천한 대통령을 그냥 그 자리에 던져버린 거나 마찬가지”라고 논평했다.
대통령실이 전날 ‘외교홀대’ 논란을 두고 ‘왕실 차원에서 윤 대통령 부부에게 차량을 제공했고 사이드카 넉 대와 경호인력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충분한 예우를 갖췄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탁 전 비서관은 “(대통령실의 해명이)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영국이 결례한 게 아니라 우리가 결례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탁 전 비서관은 “영국 (특유의) 일하는 방식이 있다”며 “어디서 몇 시에 움직이는지까지 아주 디테일하게 사전 인폼을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경험을 들어 비교하기도 했다. 탁 전 비서관은 “그때도 수백명의 정상이 왔었고 그런 행사를 할 때 (영국의) 기본적인 업무 틀이라는 게 있기에 한국을 굳이 무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측에서는 조문 일정과 관련해 세세한 정보를 제공했을 텐데 결국 윤 대통령이 조문을 하지 못한 것은 우리 측 문제라는 것이다. 전날 민주당이 이번 조문일정을 ‘외교참사’로 규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영국에서의 일정을 끝마쳤다.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에 도착,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