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건 구애 행위가 아니다”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이 교수는 19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인터뷰에서 “스토킹이 얼마나 위험한 범죄일 수 있는지 일반인은 물론이고 수사기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남녀가 사귀다가 헤어지자니 구애 행위를 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정도의 인식으로는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기가 일단 원천적으로 어렵다”면서 “여기서부터 모든 문제가 출발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건화가 되는 (스토킹) 범죄가 1년에 1만5000건 정도 발생하는 것 같은데 그중 10% 정도가 위험한 스토킹 사건으로 추정된다”며 “지금(까지) 신고된 사건 내용에 대해 분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초기 단계에서 위험한 스토킹 사건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면 수사기관에서도 구속영장 신청, 임시조치 등의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는 피해자가 합의해주면 사건이 그냥 유야무야 증발하게 돼 있다. 반의사불벌죄, 친고죄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니까 피해자가 고소를 해도 이를 취하해주면 얼마든지 사건화가 안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더욱 피해자를 협박하고 못살게 굴고, 결국 취하를 안 해주면 앙심을 품고 살해하기에 이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는 꼭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야 한다. 그것부터가 시작”이라면서 “그래야만 수사가 진행되고 수사기관에서 강제력을 가지고 개입을 하고, 임시조치도 좀 더 분명하게 할 수 있고, 법원에서도 그 근거로 구속영장을 인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신변보호 제도와 관련해서는 “피해자만 감시하고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피해자만 관리를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스마트워치를 피해자에게 주고 있다. (그런데) 왜 감시의 대상이 피해자가 돼야 하냐”며 “인권 침해가 되더라도 가해자에게 전자 감시와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코로나 때 위치추적 다 당했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훈 시의원이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가해자가) 폭력적 대응을 했다’는 취지로 한 발언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된다.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건 구애 행위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가해자, 피의자도 들어야 되지만 수사기관도 귀를 기울여야 된다. 피해자가 얼마나 공포를 느끼는지가 수사기관에 제대로 전달돼야 하고, 수사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증거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문제의식을 가져주셔야 된다.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는 인명 피해가 난다는 점을 꼭 인지하고 입법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규정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며 “많은 아이디어를 모아 국가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폐지 법안 발의를 넘어서서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이라든가 임시조치를 조금 더 (해서) 간극을 메우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