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의 행방이 두 달 넘게 묘연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휴대전화와 가방을 학교에 남겨두고 사라진 여중생은 대전버스터미널에서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이후 연락이 끊겼다.
20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18일 오후 여중생 A양이 연락도 없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아버지 B씨와 담임교사 등이 실종신고를 했다.
B씨는 “평소 4시쯤이면 집에 오던 딸이 돌아오지 않아 휴대전화를 여러차례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며 “갑자기 연락이 끊긴 게 걱정돼 실종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A양이 학교 책상 서랍에 휴대전화를 넣어두고 가방은 학교 정문에 놔둔 채 행방을 감춘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의 CCTV 분석결과 A양은 실종 당일 오후 3시30분쯤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빠져 나와 광천동 버스터미널(유스퀘어)를 거쳐 오후 7시9분쯤 대전버스터미널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자를 쓴 A양은 대전 버스커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까지 포착됐다. 하지만 CCTV 화질이 좋지 않아 경찰은 택시기사의 진술 등을 받지 못해 행로를 더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양이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메시지 내역 등을 모두 지우고 대전으로 떠난 사실을 중시하고 범죄에 노출됐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A양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실종 직전 통화한 지인 등을 수소문해 행선지를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주변인 진술을 통해 평소 게임과 SNS를 즐긴 A양이 온라인으로 친분을 쌓은 대전의 지인과 간헐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대전 동부경찰서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A양이 재학 중인 학교 측은 지난 15일 위기관리위원회를 열고 경찰에 공식 수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던 여중생이 갑자기 잠적한 만큼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디지털포렌식 분석 결과를 토대로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