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9일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참석차 런던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향해 ‘조문 취소’를 주장하며 “외교 참사”라고 비판하자 국민의힘은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당초 계획됐던 윤 대통령 부부의 웨스트민스터홀 조문 취소 소식이 전해졌다면서 “국민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비판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주요 7개국(G7)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물론이고 왕치산 중국 부주석도 국빈 자격으로 조문했다. 일반 시민의 조문 행렬에 직접 합류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도 오랜 시간을 대기한 뒤에 조문을 마쳤다”면서 “다른 나라 정상은 가능한데 왜 대한민국 대통령만 불가능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의 목적을 ‘경제 외교의 기반 확대’라며 ‘조문 외교’를 강조했다. 그러나 교통 통제를 핑계로 조문을 취소했다”며 “대통령 부부의 조문이 자진 취소인 것인지, 아니면 사전 조율 없는 방문으로 조문이 거절된 것인지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정부가 시작한 지 4개월에 불과한데 ‘외교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의 외교 행보를 지켜보는 국민은 마음 졸이며 국격을 걱정해야 한다”며 “이번 순방이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빈손 순방’이 되진 않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외교 일정에서라도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격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여왕 조문 취소. 창피하고 또 창피하다”고 했다. 김성주 의원은 “윤 대통령은 외국 손님 접대를 위해 근사한 영빈관을 새로 짓는 것보다 영국 여왕 조문을 제대로 하는 것이 국격을 높이는 것이고 국민들의 자부심을 세우는 일이 아닐까”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조문 취소는 사실이 아니라며 “민주당은 추모를 위한 정상외교를 왜곡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에서 “윤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했고, 영국 현지 사정에 따라 장례식 참석 이후 예의를 갖춰 조문록을 작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조문 취소’라는 사실을 왜곡한 논평을 작성해 배포했다”며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실패한다고 야당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좁은 소견”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표이고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성공해야 대한민국의 국익을 이룰 수 있고 국격이 높아진다”며 “진심으로 국익을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정정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지 사정에 따라 일정은 변경될 수 있지만 윤 대통령은 진심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영면을 기원하고 영국 국민께 깊은 애도를 전할 것”이라며 “민주당도 대한민국과 영국의 우정과 협력을 위한 이 추모의 발걸음에 함께해 달라”고 전했다.
앞서 이날 한때 윤 대통령이 G7 정상들과 달리 조문 일정에 공식 초청받지 못해 영국 왕실과 정부 측으로부터 불충분한 의전을 받았다는 내용의 ‘지라시’(정보지)가 퍼졌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런던 도착 첫날인 전날 조문록 작성을 진행하는 쪽으로 조율했지만, 런던 교통 상황 등과 맞물려 하루 미뤄졌다면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조문록을 작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