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충남 청양군의 한 돼지 축사에서 분뇨 배관을 뚫던 근로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사고 현장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충남 청양경찰서에 따르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이날 오전 합동감식을 통해 사고 현장에서 황화수소 약 200ppm가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악취가 나는 무색의 유독성 기체인 황화수소는 500~700ppm을 30분 정도 흡입하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치사량은 약 1000ppm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가스가 검출된 것으로 미루어 경찰은 피해자들이 한꺼번에 많은 양의 황화수소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현장이 밀폐된 공간은 아니다. 밀폐된 공간이었다면 훨씬 더 많은 가스가 배출됐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한꺼번에 가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 1시10분쯤 이 축사 분뇨처리 배관 근처에서 30대 내국인 1명과 네팔 국적 50대 1명 등 근로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사육동과 정화조를 연결하는 직경 20㎝ 길이 10m 크기의 배관이 막혀 전날 오후 7쯤부터 이를 뚫는 작업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당시 배관 관련 업체의 출장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뒤 직접 작업을 하러 현장에 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에 요청을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배관을 뚫는 것에 고도의 기술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작업을 한 것 같다”며 “검출된 가스의 정확한 농도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양=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