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동상(평화의 소녀상)’ 주변에서 연좌시위를 벌인 대학생들이 1심에서 전원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희근 부장판사는 19일 집회시위법·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학생단체 ‘반일행동’ 회원들과 이들의 시위 모습을 촬영한 유튜버 등 8명에게 각각 벌금 30만~200만원을 선고했다.
소녀상을 둘러싼 보수단체와 학생단체의 갈등은 2020년 6월 시작돼 2년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무소속 윤미향 국회의원의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시절 후원금 횡령 의혹을 거듭 제기하자 당시 보수단체인 자유연대 등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지원 단체들이 28년간 ‘수요시위’를 열었던 소녀상 앞에 집회 신고를 내고 소녀상 철거를 주장했다.
‘소녀상 지키미’를 자처한 반일행동은 보수단체의 소녀상 앞 집회를 막기 위해 사전 연좌농성을 벌였다. 당시 코로나19 유행기라 집회·시위가 금지된 상황이었으나 이들은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했고 집회시위법·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소녀상을 사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행위였다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에 목적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당시 서울 종로구 관리 공공조형물인 소녀상에 대한 시설보호 요청이 동반돼 있었고 반일행동과 보수단체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이 소녀상 주변에 질서유지선을 설치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경찰관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어 소녀상 훼손 시도가 있으면 곧바로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등 다른 권리 보호 수단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해산 명령에 불응하고 경찰 질서유지선을 침범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정당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집회 참가자도 비교적 많지 않았고 참가자들 사이 거리를 감안하면 피고인들의 집회만으로 일반 행인들 통행에 심각한 피해를 주거나 코로나19 확산에 중대한 위험을 야기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소녀상 인근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 단체와 보수단체의 갈등은 2년 넘게 현재진행형이다. 추석 연휴 기간이던 지난 11일 보수단체 ‘신자유연대’는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이들이 소녀상 인근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반일행동이 막아 서면서 양측 간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일행동 회원 1명은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관의 몸을 밀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경찰에 “수요시위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