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불송치했거나 현재 수사 중인 스토킹 사건을 전수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근 발생한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과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긴급잠정조치를 신설하는 법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9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경찰이 가진, 혹은 이미 불송치 결정한 전국 스토킹 사건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보복 또는 위험성이 있는지, 피해자 보호조치를 더 강화할 필요가 없는지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며 “또 이런 일(신당역 살인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공백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근래에 불송치 결정된 스토킹 관련 수사 사건은 서울 기준 약 400건 정도로 조사됐다. 윤 청장은 “정확한 숫자는 전국 시도경찰청에 전수조사를 지시하면 파악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이 신당역 사건 피의자의 영장을 재신청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결과적으로 정말 아쉬운 부분”이라며 “스토킹 범죄 같은 경우에 보복의 우려, 피해자 위해 가능성을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데 지금보다 심도 있게 검토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법무부가 스토킹처벌법상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선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
경찰은 검찰과의 협의를 통해 스토킹 신고부터 잠정조치, 구속영장 신청 등 처리 단계를 단축할 방침이다. 윤 청장은 “대검찰청과 경찰청, 지역 단위에선 지방검찰청과 해당 경찰서가 협의체를 만들 것”이라며 “스토킹 신고가 이뤄지는 발생 초기부터 잠정조치, 영장 신청 등 기존에는 서류를 통해 넘어갔던 단계를 디테일하게 협의체를 통해 실감 나게 같이 고민하면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의체 효과에 대해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고 잠정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훨씬 현실을 알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영장 발부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잠정조치 4호 인용률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양 기관 책임자가 공감한 만큼 신속한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정조치 4호는 구속영장 없이도 법원 결정으로 재발 우려가 있는 가해자를 최대 한 달까지 유치장에 구금할 수 있는 제도다. 그동안 기각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당역 사건의 피의자는 지난해 10월 한 차례 지속적인 스토킹범죄로 입건된 전력이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소극적이고 안일한 조치가 참극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해자는 지난 1월 스토킹 혐의로 피의자를 재차 고소했지만, 경찰은 해당 고소 건에 대해선 구속영장 신청이나 잠정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
윤 청장은 “협의체를 만드는 목적엔 잠정조치 4호 인용이나 구속영장 발부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도 있다”면서 “앞으로 스토킹범죄 피의자의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보복의 우려, 피해자 위해 가능성 등도 지금보다 더 심도 있게 검토가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법 개정이 필요한 장기 과제로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현행 과태료 부과 대신 형사처벌, 긴급잠정조치 신설, 3단계(경찰→검찰→법원)인 보호조치 결정 구조 2단계(경찰→법원)로의 축소 등을 제시했다.
긴급잠정조치는 초동 대응 현장에서 가해자를 먼저 유치시키고 사후에 법원 판단을 받는 긴급체포와 유사한 제도다.
윤 청장은 “(현행법에 있는) 잠정조치 4호를 신청해도 법원에서 결정하는 데 2~5일이 걸린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바로 유치장에 유치하고 사후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