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측 지휘·감독 인정 안된 채권 추심원, 근로자 아냐”

입력 2022-09-19 14:43
대법원 모습. 뉴시스

신용정보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해 온 채권추심원들이 근로자임을 주장하며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채권추심원의 업무와 지휘·감독 형태에 따라 근로자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당시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 등 채권추심원들이 신용정보업체 B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07년 1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B사와 위임 계약을 맺고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했다. 지사 사무실에 출근해 B사의 전산시스템으로 채권 관련 신용정보를 조회하고, 채무자를 만나 변제를 독촉하는 업무였다. B사에선 A씨 등 채권추심원들의 실적을 보고 받아 이를 토대로 회수율을 관리하고 실적을 독려했다. 정규직인 지사장 외에 채권추심원들은 B사와 위임 계약을 맺은 독립사업자 신분이었다. 퇴직 이후 A씨 등은 형식적으로 위임 계약을 맺었을 뿐 실제로는 사측의 지휘·감독을 받은 근로자에 해당된다며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채권추심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A씨 등은 다른 회사의 채권추심 업무를 겸할 수 없었던 점을 들어 B사에 종속됐다고 주장했지만 2심은 “개인신용정보를 업무 목적 외 누설해선 안 된다는 규정 취지 때문일 뿐 회사에 종속된 근로자였기 때문은 아니다”고 했다.

채권추심원들이 추심 순서나 방법 등을 스스로 결정해 수행했고 회사가 근무 성적을 보수에 반영하지 않았던 점도 고려됐다. 2심 재판부는 “A씨 등은 근무기간 동안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받은 적 없고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오로지 회수실적에 따른 수수료만을 받았다”며 “이 수수료는 오로지 추심실적에 따라 산정됐다는 점에서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의 인정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 업무형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