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징계 문제를 놓고 당 윤리위원인 유상범 의원과 상의하는 듯한 내용의 문자 대화가 19일 언론에 포착됐다.
정 위원장은 해당 내용이 보도되자 “문자 대화는 지난달 13일 나눈 것으로 당시 저는 비대위원장이 아닌 평의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국회 의원총회에서는 정 위원장의 휴대전화 화면이 국회 사진기자단에 의해 촬영됐다.
화면 대화 윗부분 내용은 잘려 있는데 유 의원이 “…필요 없으실 듯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어 정 위원장이 유 의원에게 “ㅇㅋ(오케이)” “중징계 중 해당 행위 경고해야지요”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유 의원이 “성상납 부분 기소가 되면 함께 올려 제명해야죠”라고 답장을 보내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전 대표가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고 정 위원장이 지적하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정 위원장이 채팅창에 “오늘 오찬 함께합(시다)”라고 입력하는 상황에서 카메라에 화면이 포착됐다.
정 위원장은 이날 문자 대화 내용이 보도된 이후 페이스북에 대화 시점과 경위를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어마어마하게 우리 당을 공격했다”며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을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대선 당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다고 했다”고 적었다.
이어 “기자회견을 보고 하도 기가 막혀 유 의원에게 ‘중징계 중 해당행위 경고해야죠’라고 문자를 보냈다”며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맞은 전직 당대표가 근신하기는커녕 당과 당원 동지를 향해 무차별 막말과 폭언을 하는 건 경고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윤리위원장과 비대위원장이 징계를 상의하고 지시를 내린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어떻게든 비대위와 윤리위를 엮고 싶은 모양이지만 저는 윤리위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유 의원과 지난달 13일 마지막 문자 소통을 한 후 오늘 ‘오찬 함께합시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18일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당 안팎에서는 윤리위가 오는 28일 전체회의에서 추가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등을 비판하며 ‘양두구육’ ‘신군부’ 등 발언을 한 데 대해 윤리위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인 제명 결정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리위원과 비대위원장이 경찰 수사 결과를 예측하며 징계를 상의하고 지시를 내리는군요”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무리한 짓을 많이 하니까 이렇게 자꾸 사진에 찍히는 겁니다. 한 100번 잘못하면 한 번 정도 찍힐 텐데”라고 꼬집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