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찾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신당역 살해범 문자

입력 2022-09-19 06:03 수정 2022-09-19 09:53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모씨가 지난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생전 경찰의 ‘범죄피해 평가’에서 가해자 전모(31·구속)씨의 보복을 우려하며 불안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 4월 5일과 12일 두 차례 범죄피해 평가 상담을 받았는데, 그 결과 “피해 사실이 가족과 직장동료에게 알려질 것을 걱정하고, 두 차례에 걸친 고소로 전씨의 보복 가능성을 두려워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범죄피해 평가제도는 심리 전문가가 피해자의 신체·심리·사회적 2차 피해 등을 종합 평가해 그 결과서를 수사 서류에 첨부하면 양형 등에 반영하는 제도다.

피해자는 지난 2월 15일 변호사와 동석해 경찰 조사를 받은 자리에서 경찰이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안내했지만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범죄피해 평가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가 경찰에 처음 도움을 요청한 것은 지난해 10월 4일이었다. 피해자는 당일 스토킹 피해와 관련한 상담을 받고 싶다며 112에 전화를 걸었고, 같은 달 7일 불법 촬영과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 혐의로 전씨를 고소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모씨가 지난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씨는 지난해 10월 초 불법 촬영물을 피해자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송하며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피해자에게 “이러면 찾아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351회에 걸쳐 불안감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때는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이라 피해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불안감 조성) 혐의로 전씨를 고소했다. 피해자는 1차 신고 당시에는 사건 처리보다 경고 조치를 원했다고 한다. 이에 담당 수사관이 전씨에게 전화를 계속 시도했으나 받지 않아 문자로 서면 경고장을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수사관의 경고에도 피해자에게 불법 촬영물을 전송하며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가 지난해 10월 8일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다음 날인 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전씨는 이튿날 석방됐다.

전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도 합의를 요구하며 21회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합의에 실패한 전씨는 올해 8월 검찰로부터 징역 9년을 구형받았고, 1차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피해자가 근무하는 신당역을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