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하는 시민, 온라인을 통한 탈권위주의, 공공성의 강화. 개신교 가톨릭 불교의 종교사회학 전공 학자들이 공통으로 꼽은 코로나19 이후 한국 종교 공동체의 미래 변화 지향점이다. 자기 희생과 이웃 사랑을 강조하는 한국교회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더불어 살기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헌신할 때 새로운 갱신의 길이 열릴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종교사회학회(회장 장형철 교수)는 17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전산관 다솜홀에서 ‘뉴노멀 사회의 도래와 한국 종교 공동체의 변화’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뉴노멀’은 새로운 표준이란 뜻으로, 코로나 시기 비접촉을 의미하는 ‘언택트’, 고립된 개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네트워크화된 개인 등의 변화를 지칭한다. 개신교를 대표해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가 ‘한국교회의 변화와 전망’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예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낮아졌지만, 현장예배와 견줘 만족도가 낮은 현실과 출석교회를 떠나 표류하는 성도들이 늘어난 상황을 목회데이터연구소 등의 통계로 살펴봤다. 국민일보 세상속으로 취재팀의 ‘한국교회 신뢰도 18% 수준으로 하락’ 등의 보도를 전하며 교회의 공신력 하락을 염려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공동체의 탐색을 위해 정 교수는 이전보다 ‘느슨한 연대(weak ties)’가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권위가 해체되는 경향을 보이는 온라인 환경이 보편화함에 따라 교회 역시 탈중심화와 개인주의화를 맞닥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선 소그룹을 통한 공동체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으며, 교회의 사회적 기능 강화도 절실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성도들이 먼저 멋진 시민으로서 거듭나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 교수는 “시민이 시민사회 영역에서 사회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하듯이, 한국교회도 교회 문제에 관해 토론하는 공론장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자정의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균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신부는 ‘뉴노멀 시대 가톨릭 신앙의 현황과 전망: 사사화 하는 신앙과 월경하는 공동체’란 글을 발표했다. 사사화 하는 신앙 역시 세속화와 개인주의 성향을 지칭한다. 최 신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본당 사목구의 속지주의 경계 완화 필요성, 디지털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인한 온라인과 가상공간의 교회적 확장, 순수한 종교적 목적을 넘어선 세속 사회의 공적 책무에 대한 참여가 필요하다고 봤다.
박주호 중앙승가대 교수 역시 불교의 변화상을 설명하면서 “양극화 해소, 기후위기 대처 등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최현종 서울신대 교수는 에른스트 트뢸치의 종교사회학 연구 소개를, 구형찬 서울대 박사는 ‘종교집단의 사회적 평판에 대한 진화인지적 예측’을 발표했다.
글 사진=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