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자살 유가족들이 위험하다’

입력 2022-09-18 10:28 수정 2022-09-18 10:33
라이프호프·두드림·한국목회상담협회 관계자들과 세미나 참석자들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살로 가족과 지인을 잃은 교인과 신앙 공동체를 돕기 위한 긴급목회돌봄 매뉴얼이 나왔다.

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대표 조성돈 목사)와 두드림자살예방중앙협회(회장 김연규 목사) 한국목회상담협회(회장 김기철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서 ‘자살 사안 이후 교회를 위한 긴급목회돌봄 매뉴얼’을 공개하고 세미나를 진행했다.

장진원 라이프호프 사무총장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자살률이 낮을 것이라 간과해선 안 된다”며 “실제 목회 현장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신도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한다”며 매뉴얼 발간의 이유를 설명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2020년 한국의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195명으로 2019년(1만3799명)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두 배 가량 높다. 2021년 OECD 평균 자살률은 10만 명당 10.9명인데 반해 한국은 23.5명이다.

매뉴얼은 교회와 목회자가 자살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방법을 즉각대응(사건 직후~24시간 이내) 초기대응(24시간 이후~장례식) 중기대응(장례식 이후~3개월 이내) 장기대응(3개월 이후~1년) 등 4단계로 구분해 알려주고 있다.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해 예방하고 자살 유가족을 돌보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발간한 ‘자살이 발생한 조직 관리자를 위한 지침서’를 기초로 만들었다.

특히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유가족, 고인과 친분이 있거나 사건을 목격한 교인들의 돌봄에 주목했다. 세미나 강사로 나선 김인숙 감신대 목회상담학 교수는 “자살은 자기 자신을 향한 폭력이다.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준비되지 않는 상실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라이프호프는 2020년 자살 사망자 수를 감안해 자살로 영향을 받는 유족을 약 10만~13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불안 분노 우울 죄책감 등 정서적 변화뿐 아니라 사회적 기능 감소, 자기 결정 능력 저하 등 인지적 변화를 경험한다. 여기에 식이장애 수면장애 무기력 등 신체적 변화도 있다.

매뉴얼은 소그룹 지도자가 사건 이후 스트레스로 어려움을 겪는 교인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하고 목회자가 개인적인 심방 등을 통해 대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담화의 주제와 표현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여기에 긴급돌봄위원회 조직부터 자살 징후를 자가진단할 수 있는 ‘자살위기 스크리닝 체크리스트’, 공식 부고 안내문 작성법, 기독교 유족 지원 프로그램 안내, 장례 예식서 등 구체적인 예시도 확인할 수 있다.

안해용 라이프호프 사무국장은 “성도들이 자살로 사망한 경우, 목회자들이 초기 대응 단계에서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회에서 자살 사건이 일어나면 상당수 교인들이 교회를 떠난다. 교회는 교인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뉴얼은 라이프호프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안해용 라이프호프 사무국장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서 열린 ‘자살 사안 이후 교회를 위한 긴급목회돌봄 매뉴얼 개발 세미나’에서 강의하고 있다.

매뉴얼 공개와 함께 라이프호프는 18일을 생명보듬주일로 지정하고 ‘생명의 빛을 비추라’를 주제로 자살예방 캠페인을 진행한다. 라이프호프와 월드휴먼브리지가 공동 주최하는 ‘제11회 사람사랑·생명사랑 걷기 캠페인’가 진행된다. 한국교회총연합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서울시자살예방센터 등이 함께 한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