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씨 3대 ‘백두혈통’ 화보에 등장한 리설주

입력 2022-09-18 09:45 수정 2022-09-18 11:0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백두산에서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개울가에 앉아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백두산 혈통’을 우상화하기 위해 발간한 선전물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를 등장시켰다.

선전물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의 부인 가운데에는 리설주만 등장해 관심을 모은다.

18일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으로 대남·대외용 출판물을 담당하는 평양출판사가 지난 16일 화보집 ‘인민은 백두산을 노래한다’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100쪽 분량의 화보에는 ‘장군별’ ‘광명가’ 등 김일성 주석을 칭송하는 시·선전화와 ‘김정일 장군의 노래’ ‘들으시라 그날의 감격을’ 등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기리는 시 등이 담겼다.

화보는 서문에서 백두산과 관련된 김씨 3대의 업적을 나열했다.

이어 “우리 인민은 김일성 장군의 산, 김정일 장군의 산, 김정은 장군의 산으로 그 이름 빛나는 백두산의 노래를 더 높이 부르며 주체혁명 위업을 기어이 완성하고야 말 것”이라고 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평양출판사가 지난 16일 화보집 '인민은 백두산을 노래한다'를 발간했다고 18일 밝혔다. 연합뉴스

평양출판사는 2016년 화첩 ‘인민을 위한 위대한 하늘’을 시작으로 김정은을 집중 조명한 출판물을 잇달아 내고 있다. 김정은 우상화에 힘을 싣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백두산을 김일성의 항일운동을 상징하는 동시에 김정일의 고향이라며 3대 세습을 정당화하는 우상화에 활용한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는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 일대를 내달린 이른바 ‘군마행군’을 하기도 했다.

백두산을 난관 극복의 상징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번 화보에 김일성·김정일을 묘사한 대목에선 배우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김정일은 생전 공식 석상에 부인을 대동한 적이 없다.

김정일은 평소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남성 권위적인 인식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사후에도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일의 여인들이었던 성혜림, 김영숙, 고용희, 김옥 등을 별도로 조명하지 않았다.

그런 경향이 이번 화보집에도 이어졌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부인인 김정숙은 빨치산 전우이자 김정일의 생모로서 명실상부한 ‘백두혈통의 뿌리’다. 하지만 이번 화보집에 실리지 않았다.

화보집에 김정일만 부인이 실리지 않는 것이 어색해 김정은의 부인만 실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김정일의 복잡한 여성 편력은 후계자 내정 문제로 이어져 북한 내 가혹한 권력투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트라우마가 부부 동반 모습을 적극적으로 과시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1년 2월 부인 리설주와 기념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2012년 공식 집권 직후에 부인을 거침없이 공개했다. 팔짱을 끼거나 서로 정겹게 바라보며 웃는 모습 등을 선보였다.

이번 화보집에도 김정은과 리설주가 2019년 12월 다정하게 백두산의 개울가에 앉아있는 모습, 함께 모닥불을 쬐는 모습, 나란히 백마를 타고 달리는 모습 등이 소개됐다.

리설주는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때에도 남측 인사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김 위원장을 ‘남편’이라 불렀다.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는 남편인 김정일에게 ‘장군님’이라는 존칭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