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은 청년의 날이다. 청년의 권리보장 및 청년발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청년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로 전국 각지에서 대대적이고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린다.
서울시에서도 광화문 광장에서 17일 국무조정실과 함께 공식 기념식을 갖고 23일까지 지정된 청년주간 동안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청년정책박람회’를 개최한다. 여러 구성과 기획을 검토했을 가운데, 박람회라는 설정이 이채롭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재테크 컨설팅 사업인 영테크를 비롯해, 이사비 지원, 전입 웰컴박스, 대중교통비 지원, 월세 지원 등 여러 청년정책을 활기차게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종전의 관성적 행정과는 사뭇 결이 다른 접근이다.
서울시가 선도해온 우리나라 청년정책의 중요한 시대사적 흐름 가운데 하나는 ‘청년도 대상을 특정하는 정책의 수혜자이며 적극적인 복지행정의 대상으로 편입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인식 전환과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는 동안 실제 청년들이 피부에 와닿도록 느낄 정책의 변화는 다소 상징적이거나 점진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비로소 청년의 삶에 걸음걸음 다가서는 정책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관주위보(貫珠爲寶), 즉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선보이고 있는 정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의도와 가치가 폄훼될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오히려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는 탈무드의 격언처럼 청년의 삶을 살핀 사려 깊은 정책안배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실제 ‘22년 서울시 청년정책 분야별 개요’만 살펴보더라도 일자리, 주거, 교육·문화, 복지·생활·금융 5개 분야 39개 세부 과제를 꾸려서 다층적이고 촘촘한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물론 사업 단위의 청년정책이 어떻게 서로 조응하고 비전을 달성해낼 것인가는 관점에 따라 논쟁이 불가피하고 거듭된 정책 환류가 도탑게 밑바탕 돼야 한다. 문제는 관점의 균형과 순환이다. 공공행정의 선진화 메커니즘은 정책 추진의 배경이 되는 ‘현상에 대한 진단과 대응’, ‘대응 결과에 대한 예측과 평가’, ‘평가의 수용을 통한 진단 패러다임의 진화’로 축약할 수 있는데, 투입 예산 대비 산출되는 정량 지표에 과도하게 치중한다면, 대응 범위는 넓힐 수 있을지언정 정작 구슬을 꿰어야 하는 실이 끊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
정책 수혜자로의 청년을 특정한다고 했을 때, 청년정책이라는 화두가 담고 있는 새로운 시대언어 가운데 하나로 ‘청년감수성’이 있다. 청년감수성에 대한 폭넓은 정의는 사회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청년이 마주한 개개인의 경험, 여건, 상태의 차이와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라 일컬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청년정책이 실행되는 끝단에서 청년의 삶을 마주했을 때 공감에 대한 시금석 삼을 수 있는 잣대가 바로 청년감수성이라는 것이다.
청년주택을 입주하는데 자소서를 제출하라고 한다거나, 각종 지원사업 시 대상의 자격요건을 상정함에 있어 현실감각이 없다는 빈축을 사는 몇몇 예들은 청년정책이라는 구슬을 꿰어나갈 실타래가 청년감수성이 아닌 집행편의성에 메여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능동적 정책 수혜자로 거듭난 청년들이 저마다의 방식과 목소리로 정책 환류를 형성한다고 했을 때, 서울시는 이들과 어떻게 대화하며 진일보한 정책 수요를 선도해나갈지 집중해야 한다. 관료적 타성을 경계해 초기 모델을 답습하지 말고 융합과 진화, 즉 매쉬업 (Mashup) 방식의 정책 운용과 변화된 정책환경에 따른 행정 패러다임의 혁신을 이뤄야 한다. 청년거버넌스와의 확장된 파트너십은 이를 위한 불가분의 요소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론장 프로그램과 함께 박람회로 구성한 서울시 청년의 날 행사는 발전과 진흥을 꾀하기 위함이라는 그 사전적 의미를 되새겨 보게끔 한다. 일방향 혹은 선언적 기념식이 아니라, 참여와 소통을 바탕으로 서울시 청년정책을 톺아보고 청년의 미래를 열어갈, 청년이 열어갈 미래를 올곧이 맞이하려는데 의의가 크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 모두와 청년을 위해 노고를 다하고 있는 관계자 모두를 응원하며, 이번 청년의 날을 계기로 서울시 청년정책 또한 균형을 회복하고 선진화 메커니즘으로 거듭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기영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부교수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