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의 기록물은 누가 소유하는 것인가. 피고발인들이 소유·관리하는가? 아니면 대통령기록관이 소유·관리하는가?”
검찰 관계자는 15일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 사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과정에서 떠오른 ‘참여권’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두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가 수사 중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때 전직 국정원장의 변호인 등 피고발인 측의 대통령기록관 방문을 막지는 않았는데, 피고발인 측에 어떤 문서 자료를 열람했으며 어떤 내용인지를 일일이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피고발인 측에서는 실질적 참여권 보장이 안 됐다는 항의가 나왔었다.
검찰이 “대통령기록물을 누가 소유하느냐”고 반문한 배경에는 대법원이 지난 1월 확정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유죄 판결이 있다. 이 대법 판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에 대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년간 계속돼온 ‘위법수집증거’ 주장에 대한 마지막 답변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이른바 ‘동양대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탐색·추출 때 정 전 교수의 참여권을 보장할 필요는 없었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동양대 PC나 거기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정 전 교수의 소유·관리에 속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법조계는 최근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때 제기된 참여권 항의가 올 초 정 전 교수 상고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피고인 측 주장과 비슷하다고 보는 편이다. 법원이 영장주의 원칙이나 절차의 준수 여부를 점점 엄격하게 보는 건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수사 대상자 측이 참여권을 한없이 넓게 해석하는 경향도 생겼다는 것이다. 정 전 교수의 상고심 판결 직전인 지난해 11월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피의자 참여권 보장과 관련한 판단을 내놓자 꼭 적용할 수 없는 것임에도 ‘정경심 무죄’가 기정사실처럼 예측됐었다. 지난해 11월 당시 대법원은 피의자가 아닌 제삼자로부터 임의제출받은 정보저장매체 역시 ‘영장에 의한 압수’처럼 피의자 측의 참여권이 보장돼야 증거로 인정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 대법 판단은 어디까지나 ‘피의자가 소유·관리’하는 정보저장매체에 한정된 것이었고, ‘동양대 PC’는 정 전 교수의 것이 아닌 대학이 소유·관리하는 물품이었다. 정 전 교수 사건에서는 ‘누구 것이냐’를 떠나 ‘실질적으로 해당 정보들의 주체’였다며 참여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컸다. 다만 대법원은 이 ‘정보주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오랜 논란을 정리했었다. “참여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의 보유가 전제돼야 한다”는 이유였다.
‘소유·관리자’가 아니면서 ‘정보주체’ 자격으로 참여권을 주장하는 모습은 이번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일부 피고발인 측은 “피고발인 소속 기관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교수 때와 유사하게 “자료 생산에 관여했으므로 압수수색 절차를 참관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 것인데, 이에 대해 검찰은 “판례상 명확하다”며 잘못이라 했다. 대법원은 정 전 교수의 정보주체 참여권 주장을 배척하면서 “지배·관리 상태와 무관하게 개별 전자정보 생성에 관여한 자들 모두에게 참여권을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다”고 했다.
월북 및 북송 사건 피고발인 측은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사실을 언론보도로 접한 뒤 검찰에 참여 의사를 밝혔고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했다고 한다. 검찰의 조치는 방문을 막지 않은 데 가까웠고 변호인들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에서 부분적으로 ‘목록 설명’이 이뤄진 사례도 있는데, 검찰은 이를 법리는 아니고 배려에 따른 일이라고 말했다. 내용 자체의 열람은 허용할 근거가 없었고 해서도 안 됐다는 게 ‘동양대 PC’ 판례를 언급하는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안 보여준다 해서 문제는 안 되지만, 보여드리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발인에게 영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기록관에 영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검찰은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 절차상 범죄사실과의 ‘관련성’ 문제 등을 다툴 수 있는 주체가 있다면 피고발인이 아닌, 대통령기록물을 소유·관리하는 대통령기록관이라고 본다. 그리고 대통령기록관은 피고발인의 변호인들에게 열람을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 검찰과 마찬가지로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비밀에 해당하는 자료이며, 따라서 열람은 고등법원 발부 영장의 소지자만으로 제한한다는 것이 대통령기록관의 태도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와 공공수사3부에 파견된 검사들의 파견 기간은 1개월 연장됐다.
구정하 이경원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