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휘문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박탈한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명예 이사장 등의 횡령 사건 등에 대해 학교 측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번 패소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신입생은 현행대로 자사고 학생으로 선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15일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의 사유로 인정되는 횡령 액수만 30억7500만원에 이르고 배임액은 2000여만원”이라며 “장기간 횡령과 배임이 이뤄졌고 원고가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휘문고는 2018년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8대 명예 이사장과 법인 사무국장(휘문고 행정실장 겸임) 등이 2011∼2017년 한 교회에 학교 체육관 등을 예배 장소로 빌려주고 사용료 외 학교발전 기탁금을 받는 수법으로 38억25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검찰 수사 결과 명예 이사장과 사무국장 등은 휘문고가 자사고로 지정되기 전인 2008년부터 총 52억원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2020년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회’를 열어 휘문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한 바 있다. 학교 신청으로 일반고로 전환되거나 5년마다 시행되는 운영평가 기준 점수 미달로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는 사례들은 있지만, 회계 비리로 자사고 지정 취소가 결정된 건 휘문고가 처음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의 취소 결정은 교육부도 동의했다. 그러나 휘문고 재단인 휘문의숙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효력을 임시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내 그동안 자사고 지위를 유지해왔다.
다만 이번 패소에도 불구하고 휘문고의 현재 재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과 입학 당시 계획된 교육과정 등이 보장된다. 내년도 신입생도 자사고로 선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등학교 입학 전형은 전형 실시 기일 3개월 전에 변경계획을 공고하게 돼 있는데 서울지역 자사고 원서접수 시작인 오는 12월7일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휘문고는 이미 자사고로 입학전형 실시 계획을 공고한 상태이므로, 현재로서는 2023학년도 신입생은 자사고로 선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서울시교육청 설명이다.
또한 휘문고가 항소하고, 다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된다면 2023학년도 이후의 전형에서도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신입생을 계속 자사고로 선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 역시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이 유지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