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교회가 죽어 가는 지구 살리는 보루 될까

입력 2022-09-15 16:42
세계교회협의회 11차 총회에 참석한 전세계 청년들이 지난 2일 총회가 열린 독일 카를스루에 콩그레스센터 주변을 돌며 교회의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살아있는 행성: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지구 공동체 찾기(The Living Planet: Seeking a Just and Sustainable Global Community)’는 세계교회협의회(WCC)가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연 11차 총회 마지막 날인 8일 채택한 성명서의 제목입니다.

WCC는 앞으로 10년 동안 공정하고 풍요로운 지구를 만들기 위한 회개와 실천 운동을 펼친다는 내용을 성명서에 담았습니다. 또한, 2040년까지 ‘탄소 제로’를 목표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온라인 회의도 확대하기로 했다.

WCC는 이 일을 전담할 위원회도 신설했습니다.

기후 비상사태와 경제적 부당성(Climate Emergency and Economic Injustice)이라는 이름의 위원회는 세계 교회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신학적 배경과 활동 방향 등을 제시할 전망입니다.

국내 교회들도 기후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오는 19일부터 교단 정기총회를 여는 국내 주요 교단들 모두 ‘기후·환경 정의’를 구체화하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합동·백석·합신·대신을 비롯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모두 ‘기후위기 대응지침’을 채택하거나 관련 위원회 신설을 두고 토론할 예정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에 교회가 동참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면서 상당수 교단이 이 안건을 통과시킬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 등 유엔 산하기관과 협력기관들은 13일 ‘유나이티드 인 사이언스 2022’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기후와 관련한 최신 연구를 종합해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내용의 보고서죠.

내용은 암울합니다. 현재 수준으로 탄소가 배출된다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최대 2.7도 상승하고 앞으로 5년 안에 역대 가장 더운 계절이 찾아온다고 경고했습니다. 2050년대에는 지구 전체의 16억명이 평균 기온이 최소 섭씨 35도인 환경에 해마다 3개월씩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는 “하지만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도 담았습니다. 비관적인 예상이 현실이 될 것이란 의미의 멘트인 셈이죠.

올 1월부터 다섯 달 동안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 많다고 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상 이변은 지구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잣대이기도 하죠.

최근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홍수는 국토 대부분을 할퀴었습니다. 평년보다 7~12도나 기온이 높았던 유럽은 물이 없어 고통을 겪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역대급 규모의 재난이란 없다”며 “재난의 이유는 인간이 화석 연료에 중독된 대가”라고 규정했습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시민들이 지난 3일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 위원회를 만들고 성명서를 채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삶의 자리에서 화석 연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최근 열흘 동안 독일과 프랑스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거리마다 자전거가 넘쳐 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전거만 많은 게 아니라 자전거 도로가 무척 잘 돼 있었고 운전자들도 자전거 이용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노력이 필요합니다. 거리에 차가 너무 많습니다. 탄소 감축을 위해 당장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바꾸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김보현 예장통합 사무총장에게 이런 말은 들었던 일이 있습니다.

영국 선교사로 사역할 때 현지 교회 목회자, 장로들과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계획을 짜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영국의 기독교인들은 모든 결정이 끝나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탄소 보상 자기 부담금’을 자발적으로 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비행기가 높은 고도에서 내뿜는 탄소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여행할 거리를 계산하고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확인한 뒤 후원금을 정해 환경 운동 단체에 보냈다고 합니다. 김 사무총장 또한 이 경험 이후 비행기 탈 일이 있으면 반드시 환경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 사무총장은 1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해외 항공사들은 항공사가 직접 기부할 수 있는 기관들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면서 “우리나라 항공사들도 이런 시도를 하면 좋을 것 같고 국내 환경 단체들도 이런 걸 홍보해 많은 이들이 참여하도록 안내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삶 속에서의 작은 노력이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습니다. 그 출발이 교회여야 하고 교인들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걸 믿는 신앙 공동체이기 때문이죠. 하나님이 창조한 지구가 아파하는 데 기독교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작은 노력이 아름답다’. 기독교인들이 시작할 때입니다. 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