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들을 이용해 금은방을 털어 수천만원 어치의 금품을 훔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중부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A씨(20)와 B씨(20) 등 5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C군(14) 등 청소년 4명, 범행 가담 정도가 낮거나 장물을 사들인 금은방 업주 등 7명에게 특수절도와 업무상과실장물취득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촉법소년들에게 귀금속을 훔치도록 지시하는 등 지난 6월 23~24일 중구·유성구의 금은방 2곳에서 훔친 9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기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일당은 나이는 어렸지만 흡사 폭력조직처럼 범행을 저질렀다.
동창 사이인 A씨와 B씨는 도박으로 생긴 빚을 갚거나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촉법소년들을 범행에 이용하기로 했다. 범행을 직접 실행하는 촉법소년들은 ‘총대’라고 불렀다.
총대 모집책은 A씨의 동네 후배인 D군(17)이 맡았다. A씨로부터 총대를 모집하라는 지시를 들은 D군은 곧 C군 등 2명을 범행에 가담시켰다. 훔친 돈의 일부를 주거나 오토바이를 사주는 조건이었다.
A씨와 B씨는 이들에게 범행 방법과 경찰에 잡혔을 때의 진술 방법, 훔친 금품의 처리 방법, 윗선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함구할 것 등을 가르쳤다. 철제 셔터로 출입구를 막아 놓은 금은방은 범행 대상에서 제외했다.
교육을 받은 C군 등 2명은 지난 6월 22일 오전 3시51분쯤 서구의 한 금은방의 유리문을 깨고 침입을 시도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이들은 다음날인 23일 오전 1시5분쯤에도 유성구의 한 금은방에서 범행을 시도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한시간 뒤인 오전 2시10분쯤 중구의 한 금은방에서는 시가 5500만원 상당의 귀금속 67점을 종이가방에 훔쳐 달아나는데 성공했다. 훔친 귀금속을 전달받은 D군은 수원에 거주하는 소년원 동기를 통해 장물을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동일한 수법으로 A씨 등은 B씨의 후배에게도 범행을 지시, 그가 6월 24일 오전 4시24분쯤 유성구의 한 금은방에서 시계 18점 등 3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금은방 인근 CCTV 영상을 통해 C군 등 2명을 특정했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이들이 모텔촌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모텔 30여곳을 수색해 범행 10시간여만에 이들을 붙잡았다.
경찰조사에서 C군은 자신이 촉법소년이라 생각해 초기에 경찰조사에 비협조적이었지만, 확인 결과 생일이 이미 20여일 지나 촉법소년으로 보호받을 수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C군이 범행 일부를 털어놓으며 수사 대상이 A씨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조남청 대전중부서 형사과장은 “피해품을 버렸다는 진술에 신빙성이 없어 휴대전화를 분석해 장물 운반·처분을 한 공범을 확인했다”며 “자신이 촉법소년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던 C군이 수갑을 채우니 놀라서 선배들을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