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40대 남성과 모텔에서 만난 뒤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여 1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2-1부(재판장 왕정옥)는 강도상해·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0)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10일 오후 11시43분쯤 경기도 용인의 한 모텔에서 40대 남성 B씨에게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해 의식을 잃게 한 뒤 B씨의 가상화폐 거래사이트 앱에서 그가 보유한 1억1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본인 계정으로 이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가 다량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성매매를 제안했다가 무산되자 재차 “술 한 잔 하자”라는 취지로 A씨를 불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전날 모텔에서 처음 만난 B씨에게 돈을 주고 가상화폐를 사보라고 시킨 뒤 B씨가 거래사이트에 접속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해자의 휴대전화 잠금 패턴을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B씨가 빼돌린 가상화폐를 돌려달라고 항의하자 성매매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겠다며 19차례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피고인은 과거에도 성인 남성과 성매매 관련 대화를 나눈 다음 이를 빌미로 협박해 돈을 갈취하거나 피해자가 잠든 사이 지갑을 훔쳐 소년법상 보호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잘못된 성품과 행실을 고치지 못하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수사 초기에는 ‘피해자가 성폭행하려 했다’며 허위진술을 하는 등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도 “피해 금액 중 상당액이 현재까지 회수되지 않았고, 피해자와 가족들이 피고인의 행위로 매우 큰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수사 초기 피해자를 무고해 혼선을 초래까지 한 점 등 여러 양형조건을 검토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