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방 예산에서 무기·항공기 등 ‘방위력 개선비’와 인건비·복지 향상 등 ‘전력 운영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얼마나 될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담긴 국방 예산 57조원 중 3분의 2는 전력 증강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떨어지는 전력 운영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방위력 개선비 비중은 3분의 1밖에 안 됐다.
2023년도 예산안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국방 예산이다. 15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57조1268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8.9%를 차지한다. 정부 총지출 증가율이 8.9%에서 5.2%로 대폭 감축된 상황에서도 국방예산 증가율은 3.4%에서 4.6%로 오히려 확대 편성됐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각각 18.0%, 10.2% 감소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무기’보다 ‘복지’ 방점 둔 국방예산
국방부는 “국방 예산 증가율은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을 제외한 중앙정부의 12개 지출 분야 중 외교·통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국방 예산 증가율은 2019년(8.2%)부터 2022년(3.4%)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2023년 반등했다.
국방 예산 안에서도 특히 증가율이 높았던 것은 인건비 등 전력 운영비다. 군사력 건설을 위한 방위력 개선비는 전년 대비 2.0%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전력 운영비는 5.8% 증가했다. 병 봉급 인상과 의식주의 획기적인 개선, 간부·지휘 복무여건 개선 등 장병 사기진작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단계적 병 봉급 인상과 내일준비적금 정부 지원비율 확대(33%→71%)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문제는 병 봉급 인상이 단기복무장교·부사관 수당 인상 등 연쇄적 인건비 인상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원율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단기복무장려금 50% 인상도 함께 추진하고, 간부들에 대한 지휘·복무여건 개선을 위해 2017년 이후 동결됐던 소대지휘활동비도 2배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밖에 기본급식비를 1만3000원으로 2000원 인상하고, 최신식 조리기구와 식기류를 보급하는 동시에 민간조리원 117명도 증원했다. 병영생활관 개선도 이뤄진다. 이에 따라 ‘장병보건 및 복지향상’ 예산은 전년 대비 무려 53.0%나 증가했다.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인건비만 20조5744억원으로, 전체의 36% 가량을 차지하는데 여기에 밥값 등 각종 복지비를 더하면 방위력 개선비 비중은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방 예산 증가율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25년 병장 급여가 200만원이 넘도록 인상을 추진 중이다. 병장 급여가 인상되면 자연스럽게 장교, 부사관 급여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이들에 대한 급여 인상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는 ‘건전재정’ 기조에서도 예외적으로 높은 예산 증가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며 “전력 예산이 아니라 다소 불필요한 복지 예산 등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혜 중 특혜’ 군인연금 개혁 탄력 받을까
공적연금 중 ‘특혜 중의 특혜’로 꼽히는 군인연금 개혁이 이번 정부에서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군인연금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과 달리 2016년 연금개혁에서 빠지면서 기존의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단 군인연금은 적게 내고도 많이 받는 ‘저부담·고급여’ 구조다. 지난 2019년 기준 군인연금의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은 272만원이었는데, 공무원 연금은 이보다 적은 237만원, 국민연금은 40만원으로 집계돼됐다. 또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은 자신의 월 소득에서 18%를 연금보험료로 내지만, 군인연금은 14%를 보험료로 낸다. 반면 받는 연금액은 군인연금이 더 많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지급률은 1.7%지만, 군인연금은 1.9%이기 때문이다.
연금 지급 조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국민연금 모두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군인연금은 연금 지급 요건인 20년 이상의 재직 기간만 채우면 연령과 상관없이 전역 다음 달부터 바로 연금이 나온다.
군인연금에 대한 재정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정이다.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적자로 전환돼 정부 국가보전금 투입이 시작됐다. 국방부가 국회 예산정책처에 제출한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보전금 규모는 2040년 5조368억원을 넘어선 뒤 2060년에는 10조8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군인연금의 경우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등 6개와 비교할 때 수익률이 유독 낮다. 지난해 사학연금기금 11.95%, 국민연금 10.86% 등의 수익을 기록했지만 군인연금은 2.93%에 그쳤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