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까다롭고 의존적인 아이

입력 2022-09-14 16:19

초등학교 2학년 S는 엄마의 ‘껌딱지’라 불린다. 무슨 일을 할 때든 엄마 옆에 붙어 있고, 끊임없이 ‘놀아달라’‘도와달라’고 요구하는 등 의존적이다. 어려서부터도 겁도 많고 분리 불안도 심했다. 잠도 잘 자지 못하고, 먹는 것도 까다롭고, 소음에도 민감해서 많이 울고 떼를 썼다. 명절에 친척 집에 방문해도 자지러지게 울고 들어가지 않고 엄마만 찾았다. 이렇게 힘들게 하니 부모도 아이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 주었고, 과잉보호했다.

S처럼 타고난 기질이 예민하고 겁이 많고 조심스런 아이들이 있다. 기질적으로 위험 회피 성향이 높은 아이들이다. 아이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부모님들이 많다. 특히 부모가 무던하거나 둔감한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이럴 때 부모는 아이들의 특성에 대해 공부하고 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민감하게 배려해 주고 인내해 주어야만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신체 감각에도 예민하고, 주위 환경의 사소한 변화에도 예민하며, 타인의 감정 변화나 말투의 사소한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사소한 것에도 쉽게 놀라고 두려워한다. 부모가 이해못하고 적절히 반응해 주지 못하면 아이는 더욱 더 두렵고 불안해진다. 자신에 대해서도 ‘뭔가 부족하고’ ‘못난 사람’으로 부정적으로 느끼게 되고 아이의 자존감이 낮아진다.

아이의 이런 기질을 알게 되었다면 아이가 새로운 상황(새로운 사람, 장소, 새로운 어린이집, 새로운 장난감, 새로운 옷) 접할 때마다 언제나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니 아이에게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에 대해 미리 설명해 주자. 그리고 아이가 눈으로 차분하게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부모나 또래들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미리 보여 주자. 아이에게 먼저 나서라고 등 떠밀기보다 뒤에서 어느 정도 관찰하고 아이가 준비되었다고 느껴지면 넌지시 “**도 엄마랑 같이 해 볼까?”라고 물어보자. 서두르지 말자.

이들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평형감각 등 여러 감각에 까다로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각적으로 어두운 것에 대해 극단적으로 두려워하는 경우에는 밤에 미등을 켜고 자도록 한다. 큰 소음이나 특정한 소리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 아이의 청각을 배려해서 소리를 줄여주거나 차단해 주자. 또 특정한 음식에 대해 거부감이 심하다면 억지로 강요하기보다는 영양소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음식을 찾아 먹이자. 촉각에 민감한 아이는 새 옷의 태그를 잘라주거나, 싫어하는 촉감의 옷이나 양말은 피하는 것이 좋다. 평형감각이 예민해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를 타지 않으려 한다면 그런 감각에 익숙해 질 때 까지는 집에서 다리를 들고, 팔로 걷기, 그네타기 등을 해 보면서 조금씩 적응하도록 해야지 억지로 밀어 붙인다면 거부감이 더 커진다.


그렇다고 요구를 무조건 다 들어주라는 건 아니다. 감각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아이의 감정에 대해 충분히 공감해 주되, 과도한 요구와 징징거림, 떼쓰기에 대해선 적절한 규칙을 정해서 스스로 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이런 균형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어릴수록 특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두 살이 지나면서는 조금씩 규칙을 정해 선을 지키는 것을 배워나가게 해보자.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