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섣부른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고 급락했다. ‘대장화폐’ 비트코인은 3000만원 선 돌파를 ‘2일 천하’로 끝내고 2800만원 선 방어를 위협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14일(한국시간) 오후 1시 미국 암호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8.46% 급락한 2만342달러(약 2831만원)를 가리키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같은 시간 매매가는 2852만원, 24시간 전 대비 하락률은 6.74%(206만원)다.
비트코인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3000만원 선을 회복했다. 비트코인의 3000만원대 진입은 지난달 19일 이후 25일 만의 일이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인플레이션 둔화를 확인할 것이라는 기대가 암호화폐 시장의 강세를 이끌었다. 이 기대는 불과 이틀 만인 이날 실망으로 바뀌었다.
암호화폐 시총 2위 이더리움은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6.56% 떨어진 1600달러(약 222만원)를 표시했다. 빗썸 매매가는 222만6000원으로, 24시간 동안 4.87%(11만4000원)의 낙폭을 기록했다.
미 노동부는 뉴욕 증권시장 개장을 1시간 앞둔 지난 13일 밤 9시30분에 “8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8.3%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파악한 이코노미스트 전망치인 8.0%를 크게 웃돌았다.
월스트리트 일각에서 제시한 7.9% 이하의 전망치는 빗나갔다. 7%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뉴욕증시는 물론 암호화폐 시장에도 급락장이 찾아왔다. 암호화폐 시장과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16%나 떨어졌다.
거시경제 환경과 더불어 기업 실적으로 움직이는 증권시장과 다르게 암호화폐 가치는 시장에 풀린 유동성과 투자심리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플레이션 억제 실패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강한 긴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동력을 억눌렀다.
미국의 8월 CPI를 확인한 시장은 오는 22일 새벽에 끝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소수의견으로 평가됐던 ‘100bp(1% 포인트) 금리 인상론’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이날 오후 1시 현재 자이언트스텝을 예상한 비율은 65%, 100bp에 힘을 실은 의견은 35%로 각각 집계됐다.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한 의견은 0%로 완전하게 사라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