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이 14일 큰 폭의 하락세로 출발했다. 지난밤 미국의 8월 물가지수가 예상치를 웃돈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란 공포감 속에 뉴욕증시가 폭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동조화된 움직임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오전 9시30분 현재 전날보다 2.42% 내린 2390.38을 가리켰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30억원을, 기관은 927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개인은 1339억원을 순매수하며 하방 압력을 지탱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한화솔루션과 현대로템를 제외한 98개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4.5% 급등했던 국내 대장주 삼성전자는 2.93% 하락하며 전날의 오름세를 일부 반납했다. 대표 반도체주인 SK하이닉스도 3.06% 하락한 9만1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외에 정보기술(IT) 쌍두마차로 평가되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4.82%, 4.71% 하락했다.
같은 시간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44% 떨어진 777.31을 기록했다.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 311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62억원, 87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는 예상치를 상회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를 받아들자 일제히 폭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276.37포인트(3.94%) 내린 3만1104.97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77.72포인트(4.32%) 하락한 3932.69에 종료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32.84포인트(5.16%) 떨어진 1만1633.57을 기록했다.
엔비디아(9.5%),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9.4%), 애플(-5.9%), 마이크로소프트(-5.5%), 구글 모회사 알파벳(-5.9%) 등이 크게 하락했다. 국채 금리 급등 여파로 매물이 출회되며 반도체 종목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이날 8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8.3%,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8.1%)를 웃도는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진정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증시 급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CPI는 전년 동월보다 6.3%,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7월(전년 동월 대비 5.9%, 전월 대비 0.3%)보다 상승 폭을 늘린 것은 물론 시장 전망치(전년 동월 대비 6.0%, 전월 대비 0.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의 하락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점은 한국 증시에 부담”이라며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00bp(1.0% 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부각되는 등 전일과 다른 양상을 보인 점은 투자심리 위축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국들의 고강도 긴축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돼 경기모멘텀 약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흐름과 주식시장의 하락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긴축과 경기 악화 중 하나라도 방향성이 바뀌어야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하락 추세에서 코스피 최저점(Rock Bottom)은 2050선”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전략적으로는 주식비중 축소, 현금비중 확대를 유지한다”며 “포트폴리오 투자관점에서는 배당주(통신, 손보 등) 방어주(통신, 음식료 등) 비중을 늘려갈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