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 용담호로 흘러드는 금강 상류 지류에 있는 ‘육지 속 섬’ 죽도(竹島)다. 산대나무가 많고 섬 앞에 천반산(天盤山·646.7m)이 죽순처럼 솟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천반산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복숭아를 받는 소반’ 같다고 해서 천반낙도(天盤落桃)의 땅이라고도 불린다.
죽도는 9000만년 전 백악기 중기 화산 폭발과 하천 침식에 따른 곡류하천으로 형성됐다. 장수 쪽에서 내려오는 가막천과 덕유산에서 흘러드는 구량천이 죽도 양옆을 감싸 안고 흐른다. 죽도는 ‘강물에 떠 있는 삿갓’처럼 보인다.
주변엔 수직 절벽이 절경을 빚어냈다. 산줄기로 이어져 병풍바위 같던 곳을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잘라내면서 섬 아닌 섬이 됐다. 강물은 오메가(Ω) 모양으로 흐른다.
이곳에 조선시대 비운의 정치가 정여립(鄭汝立·1546∼1589)의 꿈과 좌절이 서려 있다. 선조 때 주앙 관직을 떠나 진안으로 내려온 정여립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동계(大同契)를 조직했다. 정여립이 전라도와 황해도를 중심으로 모반을 꾀하고 있다는 내용의 물증 없는 비밀 장계에 따라 정여립은 역모의 주동자로 몰려 죽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