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으나 끝나지 않은 〈우영우〉 앓이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성인 자조모임 estas는 13일 “드라마 〈우영우〉는 끝나도 우리들의 진짜 이야기는 안 끝났다”고 언급했다.
“뿌듯함! 오늘 아침에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의 이름은 바로 뿌듯함입니다!”(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마지막 대사).
“〈우영우〉의 막은 내릴 것이지만 대한민국 자폐인의 삶의 막은 내리지 않을거예요.”(estas 공동조정자 장지용, 한국장애인개발원 유튜브 영상 발언).
estas는 이날 오후 5시 ‘끝났으나 끝나지 않은 〈우영우〉’라는 제목으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 이후 공식입장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이들은 “드디어 우영우 변호사(이하 ‘우영우’)는 정규직이 됐다”며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를 안고 정규직 변호사로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나서게 된 우변님께 같은 자폐당사자로서 진정한 축하메시지를 보낸다”고 운을 뗐다.
이들은 그 이유에 대해 “자폐인이 정규직이 될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이라며 “드라마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0.9%로 시작된 전국 시청률이 17.5%로 급상승하는 등 자폐를 둘러싼 클리셰를 뒤집은 접근 또한 일반신경인에게는 매력적이었겠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철수한 사이 우영우는 다음 변론을 하러 법무법인 한바다에서 계속 일하고 있을 것이고, 그 이야기가 공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시즌 2가 올 때까지 한국 자폐인에 대한 관심이 꺼지거나 시즌 2가 다시 자폐인의 삶을 왜곡할 가능성에 대해 estas를 비롯한 자폐인 당사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드라마 〈우영우〉의 의의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우리는 우선 〈우영우〉가 자폐인을 가시화한 것에 감사를 표한다”면서 “〈우영우〉가 한국사회에 자폐당사자의 현실을 일부나마 깨우쳤을 뿐만이 아니라 자폐를 사회공론장 어젠다 안으로 끌고 들어 온 공이 크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이들은 “소위 ‘고기능’ 자폐당사자와 함께 성인 자폐당사자의 존재를 상기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크나큰 일이라고 할 수 있다”며 “〈우영우〉가 자폐와 지적장애를 분리한 의의 또한 크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의 한국 콘텐츠에서는 그동안 지적 장애를 가진 자폐당사자가 전형적인 ‘발달장애인’ 캐릭터로서 자폐인을 대표해 온 아쉬움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두 장애의 이미지가 섞이면서 발달장애인 이데올로기가 강화됐다”고 전제, “그러한 ‘발달장애인 캐릭터’의 클리셰를 확실히 깨버린 시도도 칭찬받아야 마땅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stas 자조모임 측은 “우영우가 성인기 여성 자폐 캐릭터였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자폐는 ‘주로 남자, 어린이의 문제’로만 접근해온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estas가 분석한 결과 현재 최소 6000명 이상의 자폐여성이 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더 많은 미인식 자폐당사자들이 사회에서 고투하고 있는 현실을 〈우영우〉 콘텐츠가 증명해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을 자폐인 당사자들이 인정한 측면은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는 효과가 있다.
성인 자폐인은 남녀를 떠나 〈우영우〉 이전에도 존재했었고 그러한 사실을 2013년부터 estas가 존재함으로써 증명했다고 자평했다.
문제점에 대해서는 실랄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들은 “이 드라마는 정작 자폐당사자의 삶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만들어져 당사자들에게 불편한 콘텐츠가 됐다”며 “자폐당사자에게 불편한 콘텐츠가 그대로 노출됐으며, 3화의 자폐 투사 방식에서 보듯이 자폐인 인권 관점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폐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의미있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우영우〉는 15화의 프로그래머와 16화의 ‘우영우 동생’처럼 미인지 자폐당사자의 존재를 노출했으나 제작진은 이들을 ‘비자폐인’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우영우〉는 판타지’란 말을 계기로 돌봄 요구가 심각한 자폐인 부모의 호소만 강조돼온 그동안의 언론보도를 감안할 때 이러한 사회적 감수성 부재가 미인식 자폐당사자와 신경다양인의 낙인찍기 효과를 강화할 것을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비엔나 선언에서 ‘인권의 불가분성’이 천명된 바와 같이 인권은 ‘모든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8월 24~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장애인권리위원회(CRPD)의 대한민국 국가심의에 estas 대표단이 함께 참여한 바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