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등 해외로 입양된 수백명이 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조사를 요구하며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2차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외입양인 관련 원본 문서에 대한 긴급 보호를 요청하는 편지도 전달할 예정이다.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anish Korean Rights Group)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에 방문해 해외입양 인권침해 조사 추가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DKRG는 1960∼90년대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 이들이 결성한 단체다.
이번 2차 진실규명에 참여한 인원은 226명이다. 덴마크 한국 입양인 157명, 미국 36명, 벨기에 11명, 네덜란드 10명, 노르웨이 6명, 독일 4명, 덴마크 입양 부모 2명이라고 DKRG는 밝혔다. 1차 신청 인원 51명까지 모두 포함하면 해외입양인 인권침해 진실규명을 신청한 이들은 277명에 달한다.
DKRG는 “지난달 23일 1차 신청 이후 덴마크를 포함한 전 세계의 한국 입양인으로부터 200개가 넘는 응원과 함께 추가 신청 문의를 받았다”며 “이에 DKRG는 덴마크 이외 국가의 한국 해외입양인에게도 진실화해위 인권침해 조사 신청 지원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청 조사 내용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1970년~90년대 초반까지의 권위주의 시기 한국에서 전 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 공권력의 개입 여부에 관한 판단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12월 설치된 2기 진실화해위는 3~4개월 안에 입양인들이 제기한 신청서에 대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조사가 시작되면 과거 군부 독재 시절 ‘아동 수출 광풍’ 당시 자행된 인권침해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DKRG는 2차 신청 사례에서도 해외입양 과정에서 강압, 뇌물, 문서 위조, 부실 행정, 문서 및 기록 미비, 가짜 고아 호적 등의 불법 입양 양상과 함께 인권 침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DKRG는 “신청인들은 진실이 밝혀질 것을 우려한 해외입양기관이 입양 기록과 문서 원본을 훼손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해외입양인 관련 기록·문서 원본에 대한 긴급 보호를 요청하는 편지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한국 아동 해외 입양을 담당했던 홀트아동복지회(홀트)와 한국사회봉사회(KSS)는 이번 신청과 관련한 공식 입장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 60년 동안 약 20만명의 한국인이 주로 미국과 유럽의 백인 양부모 가정에 입양됐다. 이들은 대부분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해외로 입양됐다.
당시 한국 정부는 해외 입양을 인구 조절과 함께 미혼모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서방국가와의 관계를 증진하는 도구로 보았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또 당시 한국 정부는 해외 입양을 촉진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는데, 이 때문에 민간 기관들은 필요한 절차를 우회해 매년 엄청난 수의 아이들을 서양으로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해외로 간 한국 입양인 대부분은 쉽게 찾을 수 있는 친척이 있었음에도 법적으로는 고아로 기관에 등록됐다. 이는 입양 절차를 간소화하고 고아를 선호하는 입양 부모들의 선호도에 맞춰 보다 쉽게 해외로 입양 보내기 위한 관행이었다. 그 당시 만연했던 관행은 해외 입양인의 뿌리를 추적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일부 입양인은 아프거나 죽은 다른 아이를 대체하기 위해 입양기관이 그들의 신분을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를 제외한 입양을 민간 입양기관이 주도해온 관행을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입양 절차 전반을 주도하는 입양특례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은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