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이 낳은 특검, 녹취록 조작 밝혔다

입력 2022-09-13 17:59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과 관련한 초동대응 부실, 2차 가해 여부 등을 따져온 안미영 특별검사팀의 최종 수사 결과에는 ‘특검론’에 불을 지핀 의혹 제기 과정에서의 범죄행위도 담겼다. 공군 법무관 5명이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며 은밀히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던 녹취록이 사실은 꾸며진 것이었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녹취록이 출범시킨 특검이 녹취록의 조작을 밝힌 셈인데, 특검은 “‘본류’ 수사를 위해 녹취록의 진정성을 수사해야 했다”고 말했다.

특검이 13일 공개한 최종 수사 결과에는 ‘공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의 증거위조 등 범죄행위’가 마지막으로 담겼다. 이는 지난해 11월 군인권센터가 공개했고 국민적 공분으로 이어진 이른바 ‘군검사들 대화 녹취록’이 임의로 작성된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자료는 공군본부의 법무관 5명이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피해자의 사진을 올리라고 지시하고 전관예우 때문에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내용으로 대화한 것이었다. 속기사무소에서 작성된 서류의 형식을 띠고 있었다.

당사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녹취록은 큰 파장을 낳았다. “범행 부인에, 피해자 회유 협박에, 2차 가해에 대체 왜 구속을 안 시킨 거예요” “우리도 나중에 나가면 다 그렇게 전관예우로 먹고 살아야 되는 거야” 등의 대화는 내밀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여러 정당이 군의 이 중사 사건 수사 결론을 납득하지 못한다며 특검 법안을 제출하는 데에도 이 자료가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날 이 자료를 “특검 출범의 굉장한 트리거(방아쇠)” “의혹의 도화선 역할”이었다고 평가했다.

수사 결과 이 자료를 만들고 제보한 이는 공군 법무관 출신인 A변호사였다. A변호사는 지난해 11월 8일 녹취록 사진을 먼저 군인권센터에 이메일로 제보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19일에는 녹취록의 원본인 것처럼 녹음파일도 제보했다. 앞서 녹취록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을 때에도 “녹음파일이 있다”는 반론이 있었는데, 특검 수사 결과 녹음파일은 기계음 합성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었다. A변호사는 특검 수사 과정에서 이상 행동을 보였고 구속됐다. 지난달 31일 증거위조 사문서위조 업무방해 등 다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변호사의 범행 동기는 법무관 시절 법무실장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데 따른 개인적 앙심이었다고 한다. 이번 특검 수사 과정에서 100명 넘는 인사가 조사를 받았고 8명이 재판에 넘겨졌는데 구속 기소된 이는 A변호사가 유일했다. 이 때문에 특검 출범의 취지와 거리가 있는 부분에서만 수사 성과가 있다는 평가도 나왔었다. 다만 특검은 ‘본류’ 수사를 위해서라도 녹취록의 진위 여부부터 확인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검의 과제는 이 중사 사망과 관련한 모든 불법행위 진상 규명이었다. 출범 당시 당사자들의 말이 엇갈리는 녹취록 진위 여부부터 규명하라는 언론계 요구도 있었다고, 특검은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