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전서 2장 9절의 말씀에는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하심”을 전하고 있다. 즉, 성도의 거룩한 영향력에 대해 말씀하고 있는 것이다.
ESG경영은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라는 성경 말씀의 권면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라는 것은 ‘예수님을 본받아 선한 일을 하자!’ 또는 ‘하나님의 자녀로 거룩한 삶을 살자!’ 등 좋은 말 잔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구체적인 행동을 하려고 하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 성도들은 교회공동체 속에 있을 때만 거룩한 모습을 가장하고, 막상 삶 속에서는 아름다운 덕의 선포를 위한 자각과 실행 과정이 없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ESG경영의 목적은 아이러니하게도, 베드로전서 2장 말씀에 성도들에게 명령한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라’를, 법적 및 경제적 실체인 기업이 나서서 실행하자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창출은 자원의 투입(input)과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역량의 적용(process), 그리고 일차적 목표에 해당하는 산출(output)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가치창출과정은 가치사슬(value chain)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가치사슬은 기업활동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활동과 기능, 프로세스를 말한다. ESG경영은 이러한 전통적인 가치사슬을 연장하여 결과(outcome)와 영향(influence)으로까지 확장한 개념이다.
ESG경영의 관점에서 투입(input)이란, 기업이 이웃(공동체)을 위한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고 기회비용을 기꺼이 부담한 부분을 말한다. 이러한 투입은 기업이 나서서 공동체가 부담할 비용을 줄여준 부분이기도 하다.
과정(process)이란 자원을 투입하여 자신뿐 아니라, 공동체(이웃)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행한 전체 활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ESG프로그램은 일차적 성과인 산출(output)로 실현되는데, 가령,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기 위해 특정 ESG프로그램을 실행한 결과, 총 500명의 소상공인이 해당 프로그램의 혜택을 보았다든지, 취약계층 위생개선 및 긴급재난지원 프로그램의 실행 결과 특정 지역 주민 6000명에게 식생활용품 및 위생용품을 제공해 주었다는 등 일반적으로 계량화된 실행의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결과(outcome)는 이러한 실행이 일차적인 수혜자에게 장기적으로 어떠한 부가가치를 만들어 냈는지와 관련되며, 영향(influence)은 이러한 ESG활동의 결과 사회와 공동체에 어떠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다줄 것인가와 관련된다. 이상과 같이 기업에서 실천하는 ESG경영은,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덕을 세상에 널리 선포하라는 베드로전서의 명령과 너무나 일치되는 접근이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법(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과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 등으로 기업의 공급망 전반에 대한 환경 및 인권 위험에 대한 성과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업들이 공급망 내에서 ESG지표를 어떻게 관리하고 성과를 높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을 요구받게 된 것이다. 공급망이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다.
그리고 공급망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SCM)란 기업에서 생산·유통 등 모든 공급망 단계를 최적화해 수요자가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제공함으로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뜻한다.
이러한 공급망관리의 관점을 교회에 적용해보면 하나님의 진리 말씀을 세상에 널리 전하고,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는 전체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공급망관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를 선포하는 신앙 공동체로서 교단과 개교회,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직분자와 성도에 이르는 모든 관계 속에서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요한복음 4:24)’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하자는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공급사슬 운영관리는 쇠퇴기를 경험하고 있는 21세기 교회가 지속가능한 영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세상에 흘려보내기 위해 참고해야 할 중요한 개념이다. 이는 신령과 진정의 예배를 회복하고, 말씀을 연구하고 기도하며, 세상과 소통을 위한 다양한 노력, 교회에서 사용되는 각종 물품과 서비스, 자원을 지혜롭게 관리하여 성경적 가치사슬 내에서 환경적, 사회적 선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교회의 공급망관리는 이 땅에 실현되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사슬에 변화를 가져오고, 작은 변화가 모여서 교회의 아름다운 문화와 그리스도의 향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다음 회, ESG워싱과 기독교)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이다.
정리=
전병선 부장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