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수출, 공급망 다변화…정부는 계획이 있었다

입력 2022-09-13 17:48
전기차 보조금 논란 실무 협의 이번주 시작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우려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으로 촉발된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전격 참여를 선언했다. 디지털 무역 규범을 활용해 ‘오징어 게임’과 같은 K-콘텐츠나 핀테크 등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41%를 차지하는 IPEF 참여국 시장으로 수출하고,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핵심 광물의 공급망을 다변화할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9일 한국을 비롯해 IPEF 14개 참여국 통상경제장관이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4개 분야 각료선언문에 합의하고 공식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IPEF는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인도, 피지 등 14개국이 참여한다. 규모만 놓고 봐도 전 세계 인구의 32.3%, 전 세계 GDP의 40.9%에 이른다.

정부가 주목하는 건 공급망 활용 가능성이다. 미국과 일본 등 기술을 갖춘 선진국은 물론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자원 강국이 두루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제조에 필수 소재인 희토류는 전 세계 매장량의 44%가 중국산이지만, 중국의 뒤를 이어 22%인 베트남과 인도(6.9%), 호주(4.0%), 미국(1.8%) 등 IPEF 참여국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면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니켈 역시 인도네시아와 호주가 나란히 전 세계 매장량의 21%씩 차지하는 만큼, IPEF 참여를 통해 수급을 원활히 할 수 있다. 안 본부장은 “IPEF 참여에 관해 여러 우려가 있지만, 한국으로서는 IPEF를 통해 공급망을 다변화·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역과 관련해서도 한국에 기회 요인이 크다. 특히 기존 무역협정에서 담지 않은 디지털 경제가 포함되면서 한류 열풍이 부는 아세안 등에 K-콘텐츠나 핀테크 수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세안 국가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전자상거래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온라인여행·배달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아세안의 디지털 경제 규모가 2025년에는 3630억 달러(약 49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세안으로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 수출이 확대되면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에 기대고 있는 한국의 수출 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IPEF 협상과 별개로 정부는 미국의 IRA 법 개정과 관련해 당장 이번 주부터 한·미 양국 간 국장급 실무 협의체를 열기로 했다. 안 본부장은 “(미국의) 법안을 바꾸기가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면서도 “법제적으로 풀 부분이나 행정부에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부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