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지원금 빼먹기 천태만상…세금계산서 위조에 가짜 버섯농장까지

입력 2022-09-13 17:02

문재인정부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지원하기 위해 약 12조원을 투입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은 부실한 정책 준비와 미흡한 사후 관리 등으로 인해 수천억원의 세금이 부당하게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13일 발표한 사업 운영 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자금을 빌리는 전형적인 수법부터 가짜 농작물 재배 시설 짓기 등 세금을 빼먹기 위한 온갖 수단이 동원됐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원전의 대체재로 전폭 지원한 태양광 사업의 경우 이번 점검 대상의 17%에서 부실이 확인됐다고 국조실은 전했다.

4개 지방자치단체 395개 사업을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4분의 1에 해당하는 99개 사업에서 201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가 발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141억원의 부당 대출이 이뤄졌다. 한 발전 시공 업체는 실제보다 금액을 부풀린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자금을 대출받은 후 계산서를 취소하거나 금액을 축소해 재발급했다. 이 업체는 4개 지자체에서 18억원을 받아냈다.

농지에는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없지만,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을 함께 설치할 경우 농지 용도로 바꾸지 않고도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한 농지법을 악용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4개 지자체에서만 이런 경우가 총 20곳 적발됐다. 이들이 부당하게 받아간 대출금은 34억원에 달한다. 국조실은 “버섯 재배 시설, 곤충 사육 시설로 위장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버섯이나 곤충을 키운 흔적이 없고 관련 매출도 없는 곳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국조실은 2019~2021년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태양광 등 발전 시설 설치를 위한 금융지원사업 6509건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무등록 업체와 계약하거나 하도급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1129건(대출금 1847억원)에 달했다.

‘쪼개기 수의계약’이나 결산서 허위 작성 등을 통한 보조금 위법·부당 집행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4개 지자체는 약 30억원 규모의 도로·수리시설 정비 공사를 203건으로 쪼개서 수의계약을 맺어 약 4억원의 예산을 낭비했고, 이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 지자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 없이 17억여원의 보조금 사용처를 임의로 변경, 보조금 지원 대상이 아닌 지역 마을회관 건립에 4억여원을 사용하고 결산서를 부적정하게 작성했다. 이는 보조금법 위반이다.

기초단체 12곳을 표본으로 삼아 진행한 실태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전국 곳곳에 유사한 부정 사례가 만연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국조실은 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조실 관계자는 “향후 관련 부처로부터 추가 (인력) 파견이나 TF(태스크포스) 형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