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비영어 작품 최초 에미상 쾌거…K콘텐츠 저력 입증

입력 2022-09-13 15:35 수정 2022-09-13 15:44
12일(현지시간)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 제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오영수, 배우 겸 모델 정호연, 감독 황동혁, 제작자 김지연, 배우 이정재, 배우 박해수. 로이터연합뉴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 등 6관왕에 올랐다. 에미상 74년 역사상 비영어권 작품이 후보로 지명되고 트로피까지 들어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ATAS)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시어터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에게 드라마 시리즈 부문 감독상, 배우 이정재에게 같은 부분 남우주연상을 시상했다.

배우 이정재(왼쪽)와 정호연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 '버라이어티 스케치 시리즈'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모습. AFP 연합뉴스

‘오징어 게임’은 지난 4일 열린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 시상식에서 배우 이유미가 받은 게스트상을 포함해 특수효과·스턴트퍼포먼스·미술상을 수상했다.

무대에 오른 황 감독은 “저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역사를 만들었다. 비영어 시리즈의 수상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희망한다”면서 “이 상이 제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란다. 시즌2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벤 스틸러(세브란스: 단절), 마크 미로드·캐시 얀·로렌 스카파리아(석세션), 캐린 쿠사마(옐로우재킷), 제이슨 베이트먼(오자크)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쳤다.

주인공 성기훈 역을 맡은 이정재는 한국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정재는 제레미 스트롱(석세션)을 비롯해 브라이언 콕스(석세션), 아담 스콧(세브란스: 단절), 제이슨 베이트먼(오자크), 밥 오든커크(베터 콜 사울) 등과 경쟁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버라이어티 스케치 부문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던 배우 이정재(왼쪽)와 정호연이 드라마 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술래였던 '영희' 인형을 보고 게임을 하듯 멈추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정재는 “TV 아카데미, 넷플릭스, 황 감독께 감사하다. 황 감독은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탄탄한 극본과 멋진 연출로 스크린에 창의적으로 옮겨냈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과 친구, 가족, 소중한 팬들과 기쁨을 나누겠다”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은 최고 영예인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으나 아쉽게도 불발됐다. 작품상은 ‘석세션’, 각본상은 제시 암스트롱(석세션)에게 돌아갔다. 정호연의 수상이 기대됐던 여우조연상은 줄리아 가너(오자크), 박해수와 오영수가 후보에 올랐던 남우조연상은 ‘석세션’의 매슈 맥퍼디언이 수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축전을 통해 황 감독에게 “이번 수상은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을 통해 장르를 넘나들며 쌓인 감독님의 치열한 노력과 재능이 꽃피운 결과”라며 “불평등과 기회의 상실이라는 현대사회의 난제에 대한 치밀한 접근과 통찰이 세계인의 큰 공감을 얻었다. 멋진 작품을 탄생시킨 황 감독님과 배우, 제작진 여러분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고 전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제74회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의 프레스룸에서 트로피를 들고 활짝 미소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정재에게는 “데뷔 30주년을 맞는 올해, 세계인의 더 큰 사랑과 관심을 받게 돼 더욱 뜻깊다. 이번 수상은 그동안 ‘도둑들’ ‘신세계’ ‘관상’ ‘헌트’ 등의 영화와 ‘모래시계’ ‘보좌관’ 등 드라마를 통해 쌓아온 탁월한 연기력이 꽃피운 결과”라며 “이 배우님의 뛰어난 연기가 캐릭터와 보는 이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었다. 앞으로도 세계에 감동을 주는 좋은 작품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시상식 직후 LA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 감독은 “트로피를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 행복한 밤”이라며 “점점 커지는 빈부 격차나 경쟁주의·능력주의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전세계인들이 공감하기 쉬운 주제였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