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부에 맞은 네 살 방치해 의식불명 상태 만든 친모

입력 2022-09-13 15:18 수정 2022-09-13 15:22

휴가지에서 계부의 폭행으로 뇌출혈을 일으킨 4세 아들을 방치해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한 친모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김승정)는 아동학대중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친모 A씨에게 최근 징역 3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함께 기소된 사실혼 관계의 B씨는 사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추행 혐의로도 기소돼 있어 향후 선고 기일을 다시 열기로 했다.

A씨는 2018년 9월 10대 딸과 4세 아들, B씨와 함께 강원도 홍천으로 3박 4일 여행을 떠났다. B씨는 휴가지에서 손과 발로 의붓아들 C군의 몸과 머리를 수차례 때리고 몸을 잡고 집어던지는 등 상해를 입혔다.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골반 부위 골절 부상을 당한 C군은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말투가 어눌해지는 등의 이상 증세를 보였으나 B씨는 C군을 계속 걷도록 하는 등 적절한 치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친모 A씨는 B씨 행동을 말리지 않았고 B씨가 이틀이나 여행 일정을 연장하는 데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는 즉시 아들을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를 보호할 법률상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C군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으며 현재까지도 지속성 식물상태(기본적 인지 기능 저하, 언어·운동 기능 상실)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아들이 의식만 있을 뿐 무언가를 알아보지도,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임에도 B씨가 구속될 것을 우려해 아들을 두고 B씨와 도피 생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는 C군의 친모로서 좀 더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어린 나이의 피해자를 돌봤어야 했다”며 “친모로서의 책임감과 애정을 가지고 약간의 조치만 취했더라도 피해자는 현재와 같이 중한 상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아들이 혼자 휴가지 침대에서 떨어져 상해를 입은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혼자 침대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했더라도 피해자가 아침에 일어나 허리가 아파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고통을 호소하고 걷지 못하는 상태였다면 그때라도 병원에 데려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A씨가 강압적인 B씨에게 경제적·심리적으로 예속돼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에 처한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