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예람 중사가 성추행 피해 후 직속상관들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는 안미영(56·사법연수원 25기) 특별검사 수사팀의 수사 결과가 나왔다.
특검팀은 사건 당시 군의 부실 수사와 수사 무마, 공군의 이 중사 명예훼손 혐의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검찰단 수사 당시 기소되지 않았던 사건 관련자들이 추가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특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군본부 전익수 법무실장(52·준장) 등 장교 5명, 군무원 1명, 가해자 장모(25) 중사 등 총 8명을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안미영 특검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성폭력 피해자의 두려움과 고통을 외면하고 설 자리마저 주지 않는 군대 내 그릇된 문화와 낡은 관행이 개선되기를 바란다”며 “이 중사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성추행 사건 후부터 사망 전까지 이 중사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던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직속 상사 3명을 재판에 넘겼다.
당시 김모(44) 대대장은 지난해 3월 공군본부 인사담당자에게 ‘가해자 장 중사가 이 중사와 분리조치됐다. 장 중사의 파견을 조사 이후로 연기해 달라고 했다’는 허위사실을 보고한 혐의(허위보고·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김모(29) 중대장은 같은 해 5월까지 이 중사가 전입하기로 한 제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피해자가 좀 이상하다”며 허위 사실을 전달한 혐의(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추행 가해자인 장 중사는 자신이 거짓으로 고소당한 것처럼 부대 동료들에게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앞서 장 중사는 강제추행 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6월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다.
특검은 이밖에 군검찰 수사 당시 사건 담당인 박모(29) 군검사를 직무유기·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허위보고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박 검사는 이 중사의 사망 전 2차 가해, 장 중사의 구속수사 필요성 등의 검토를 방임하고 휴가 등을 이유로 이 중사 조사 일정을 지연한 혐의 등을 받는다.
특검팀은 이 같은 일련의 2차 가해를 통해 이 중사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심리부검 결과 등에 따르면 이 중사는 사건 후 2차 가해를 경험했고 심화된 좌절감과 무력감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검팀은 이 중사 사망 후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분출하자 이를 반전시키려는 의도로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을 받는 당시 공군본부 공보담당 정모(45) 중령도 기소했다.
정 중령은 지난해 6월 기자들에게 이 중사가 강제추행 사건이 아닌 부부 사이 문제 때문에 극단 선택을 했다는 허위 사실과 함께 수사 정보인 이 중사의 통화내용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부실 초동 수사 의혹을 받았던 전익수 실장은 수사 정보 유출과 관련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자신에게 사건 관련 보안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 양모(49)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영장을 청구한 부하 군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전 실장이 군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하며 계급과 지위를 이용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양씨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앞서 특검팀은 전 실장의 수사 무마 의혹 단서였던 녹음파일을 조작한 혐의(증거위조 등)로 김모(35) 변호사를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지난 6월 수사를 시작한 후 국방부 등으로부터 인계받은 수사기록 약 5만쪽을 검토했고 18회 압수수색, 연인원 164명 조사를 통해 이같은 수사 결과를 내놨다.
특검팀은 “해소되지 못한 의혹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규명해내기 위해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증거주의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며 “철저한 공소 유지를 통해 피고인들 각자가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