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아시아 대표적 국제인권단체 ‘아시아인권위원회(AHRC)’가 둥지를 튼다. 1980년대 이후 민주화와 인권증진 운동에 매진해온 5월 단체는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광주국제교류센터는 13일 “1984년 홍콩에서 설립된 AHRC가 최근 이사회에서 광주 이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럽 등 서방국가에서 재정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이 단체는 그동안 중국 정부의 간섭으로 해외 단체와 원활한 교류가 제한돼왔다.
AHRC는 금융계좌가 동결되는 등 유·무형의 압박이 이어지자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 광주를 이전 적임지로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적극적인 아시아 인권증진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우선 자매기관인 아시아법률지원센터를 광주로 옮기기 위해 현재 국내 사단법인 설립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원센터는 아시아인권위 핵심조직으로 인권침해에 시달리는 아시아 각국 국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법률지원을 전담하게 된다.
인권운동가 등 전문 인력을 교육·훈련하는 연수 프로그램과 집담회 등을 운영하고 아시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을 위해 재정적·제도적 지원역할도 맡는다.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법률 구조 활동을 위한 기금활동도 벌인다.
AHRC는 1998년 광주에서 ‘아시아 인권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2001년에는 이 단체 대표인 스리랑카 출신 바실 페르난도 변호사가 5·18기념재단에서 수여하는 ‘광주인권상’을 받은 인연을 갖고 있다.
이에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등 5월 단체는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국제 무대에서 인권증진 운동의 명실상부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해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 광주의 위상을 떨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부상자회는 성명에서 “광주는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5·18 민주화운동이 발생한 곳으로 ‘유엔 인권도시’로 공인받기 위한 노력하고 있다”며 “지금도 5·18정신 선양을 위해 ‘5·18민주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지난 8월8일 캘리포니아주에서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을 제정한 것을 계기로 세계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개원을 준비 중인 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과 연계해 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국의 인권증진에 더욱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이날 “광주가 세계적인 인권도시로 도약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시아인권위가 광주로 이전하면 인권의 보루가 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은 “광주는 아시아 지역의 민주화와 인권 증진에 앞장서는 인권 운동가들에게 상징적 공간”이라며 “전문적 인력을 갖춘 국제기구가 광주에 둥지를 틀면 아시아 지역 인권 증진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