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이용자 간담회를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용자들은 100여 개에 달하는 질문 및 요구사항을 준비해 간담회에 나서려 했으나 게임사와 원만한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용자 측은 13일 판교 카카오게임즈 본사 일대에서 다시금 마차 시위를 예고했다.
12일 시위 측, 업계 등에 따르면 ‘우마무스메’ 운영 미숙과 관련한 간담회가 오는 17일 카카오게임즈 본사에서 열린다. 카카오게임즈는 공지 사항을 통해 양측이 협의를 마칠 때까지 무제한으로 간담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자를 대표하는 자율협의체는 93개의 질문 및 요구사항을 준비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우마무스메 운영 미숙 논란 후 직접 이용자를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마차 시위부터 이용자들은 지속해서 소통을 요구했다. 환불 시위 등 집단행동의 규모가 커지고,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두기 시작하자 비로소 게임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은 간담회를 앞두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율합의체를 결성해 “Sorry가 아닌 Why를 이야기할 것”이라는 각오를 담은 질의 목록을 공개했다. 자율합의체는 보호조치를 통해 간담회에 나서는 카카오게임즈 측 5인 대표를 보호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간담회를 앞두고 세부 내용 조율에서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이용자 측은 13일 오전 9시부터 판교 카카오게임즈 본사 일대에서 마차 시위를 재차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시위는 간담회 주요 조건에 대해 카카오게임즈 측이 불충족 수용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율협의체 부매니저이자 닉네임 ‘종로타마모’를 쓰는 박대성 씨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개발사(사이게임즈)측 대표자 참가 불발, 신뢰 결여, 스트리밍 송출 방식 입장차 등에서 불통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신뢰 회복을 위해 약속을 해달라고 하는 건 기회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뢰를 높여 다시 게임을 즐기도록 하자는 것인데 카카오가 이를 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은 우마무스메 일본 개발사인 사이게임즈 측의 참석 혹은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카카오게임즈는 “사이게임즈에 확인했으나 참석이 어렵다고 했다”고 답변했다.
이용자 측은 이에 “합당한 조치도 없었고, 답변조차 설명이 미흡한 상태라 사실상 거절됐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사측에서 개발사 협의를 핑계 댔기 때문에 개발사 입장을 들어보자는 주장이 정말 강하다”고 강조했다.
자율합의체는 신뢰 문제도 제기했다. 양측은 ‘법적 구속력 있는 약속’을 최소화하기로 사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자율합의체는 카카오게임즈에 운영 문제가 재발했을 때 개선을 위한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또한 카카오게임즈를 대표해 간담회에 참석하는 5인에 대한 직책 정보를 요청했다. 이용자 측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지위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간담회 송출 문제도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입장문을 통해 온라인 스트리밍 시스템을 구축해 간담회를 생방송으로 송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이용자 측은 “사측에서 스태프 기밀 유지 등을 이유로 사측의 플랫폼을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납득이 어렵다”며 “유통을 카카오가 독점하겠다는 것은 최대한 봉쇄하겠다는 의미로 들려 우려가 된다”고 언급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외부 법조인 참관을 통해 이용자가 법적 조언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다만 카카오게임즈는 “외부 법조인이 직접적인 발언권을 득하기는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다.
아울러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간담회를 빌미로 보복성 법적 조처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며 “간담회 준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은 지난달부터 마차 시위와 트럭 시위를 감행하며 집단 항의를 이어왔다. 이들은 일본과 한국 서버 사이의 재화 지급 차별과 주요 이벤트인 ‘챔피언스 미팅’에 대한 늦은 공지 등을 문제 삼았다. 시위가 점점 격화되는 가운데 이용자들은 카카오게임즈의 늦은 사과문, 불통 등이 논란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자율협의체는 ▲사이게임즈에 관하여 ▲챔피언스 미팅에 관하여 ▲부실한 공지에 관하여 ▲사과문에 관하여 등의 소제목으로 구분된 구체적인 요구사항과 질의 목록을 8장 분량으로 전달했다.
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우마무스메는 경주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지난 6월 20일 카카오게임즈는 이 게임의 판권을 사와 국내에서 서비스 중이다. 이후 단기간에 양대 앱 마켓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정진솔 인턴기자 s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