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형마트 위탁 배송기사도 노조법상 근로자”

입력 2022-09-12 18:11

대형마트의 온라인 주문 배송기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운송업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배송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중노위 판단에 위법이 없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홈플러스 상품 배송을 위탁받은 A사는 배송기사를 모집해 계약을 맺었다. 배송기사들 중 마트산업노조에 소속된 150여명은 2020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A사는 교섭에 응하지 않았고,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도 않았다.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 요청을 했고, 지노위는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며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중노위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리자 A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재판에서 배송기사들이 다른 업체와도 계약을 맺어 수익을 얻기 때문에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득 의존성과 계약관계의 전속성, 지휘·감독의 정도 등 모든 면에서 근로자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배송기사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사가 배송매뉴얼에 고객 응대 화법과 세차 횟수, 냉장 가동 여부, 차량 점검 여부 등 세부 평가항목을 정해두고 위반시 불이익을 주는 등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을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재판부는 배송기사의 수입 중 가장 주된 비중을 차지하는 기본 배송비에 기본급의 성질이 내포돼있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배송기사로서는 배송권역과 배송수수료 등 계약조건을 조정하려면 사측과 개별 협의할 수밖에 없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계약해지 외에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정이 이렇다면 노조를 통해 회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