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인 침수취약지역인 강남역·광화문·도림천 일대에 2027년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이 설치된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지난달 발표한 침수취약지역 6곳 가운데 이들 3곳에 먼저 대심도 빗물배수시설 설치를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강남역은 항아리 지형으로 주변 빗물이 고이는 구조다. 광화문은 인왕산과 북악산에서 빗물이 흘러내리며, 도림천은 폭이 좁아 빠르게 수위가 차는 데다 관악산의 가파른 경사를 타고 물이 쏟아진다.
시 관계자는 “사업 기간을 최소화해 2027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말했다. 나머지 동작구 사당동, 강동구, 용산구 일대는 2단계 사업으로 분류해 단계별로 추진키로 했다.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은 지하 40∼50m에 큰 터널을 만들어 폭우 시 빗물을 보관하고 하천으로 방류하는 시설이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이 시설이 설치된 양천구 신월동은 지난달 폭우에도 침수피해가 없었다. 시는 이 시설이 없었을 경우 일대 600세대가 침수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강남역∼한강 구간에는 길이 3.1㎞, 시간당 강우량 110㎜ 이상 처리 규모로 시설이 설치된다. 광화문 일대 종로구 효자동∼청계천 구간에는 길이 3.2㎞, 시간당 100㎜ 이상 처리 규모로, 도림천에는 동작구 신대방역∼여의도 구간에 길이 5.2㎞, 시간당 100㎜ 이상 처리 규모로 추진된다. 강남역 3500억원, 도림천 3000억원, 광화문 2500억원 등 국비와 시비를 합해 5년간 총 9000억원이 투입된다.
대심도 빗물배수시설 설치 사업은 2011년 우면산 일대 폭우 후 오 시장이 추진했었다. 모두 7곳에 설치하려 했으나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신월동에만 설치됐다. 나머지 6곳은 빗물펌프장 등 소규모 분산형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나머지 지역에서 폭우 피해가 잇따르자 11년 만에 재추진되는 것이다.
시는 방재성능을 현재 30년 빈도(시간당 최대 95㎜/h 처리)에서 50년~100년 빈도(시간당 최대 110㎜/h 처리)로 상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담 조직인 대심도 사업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 첫 단계로 다음 달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에 착수해 내년 상반기 내 완료한 뒤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유석 물순환안전국장은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대규모 침수피해와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라며 “시민 안전을 위해 사업을 신속하게 완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