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신예 카를로스 알카라스(4위·스페인)가 US오픈(총상금 6000만 달러) 남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 5월생인 알카라스는 최연소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테니스 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알카라스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단식 결승에서 카르페르 루드(7위·노르웨이)를 3-1(6-4, 2-6, 7-6(7-1), 6-3)로 제압했다. 지난 6월 프랑스오픈 준우승 이후 또다시 메이저대회 결승에 오른 루드는 생애 첫 그랜드슬램 우승을 노렸지만, 알카라스에게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경기 전만 하더라도 루드의 우세가 예상됐다. 알카라스는 이번 대회 16강부터 세 경기 연속 5세트 접전 끝에 힘겹게 결승에 진출했다. 8강에서 얀니크 신네르(13위·이탈리아)와 5시간 15분의 혈투를 벌였고, 이틀 전에도 프랜시스 티아포(26위·미국)과 4시간 19분간 경기했다. 특히 신네르와의 경기는 현지시간으로 새벽 2시 50분에 종료될 정도였다. 반면 루드는 3경기에서 상대에게 2세트만 내주며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우위에 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세트를 가져가며 기선제압에 성공한 알카라스는 2세트를 내줬지만, 3세트 게임 5-6에서 두 차레나 세트포인트 위기에 몰리고도 타이브레이크 끝에 세트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4세트에서는 게임스코어 3-2로 앞선 상황에서 루드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승기를 굳혔다. 알카라스는 마지막 점수를 서브 에이스로 따낸 뒤 코트에 누워 기뻐했다.
알카라스는 이번 우승으로 ‘10대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상금 260만 달러(약 34억 9000만원)를 획득함과 동시에 우승 랭킹포인트 2000점을 획득하면서 12일자(현지시간)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세계랭킹 1위에도 등극하게 됐다. 10대가 세계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까진 2001년 11월 레이튼 휴잇(20세 9개월)의 기록이 최연소였다.
그는 1990년 US오픈을 우승한 피트 샘프라스(미국)와 2005년 프랑스오픈을 제패한 라파엘 나달 이후 최연소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우승자로도 기록됐다. 알카라스는 “세계 1위와 메이저 우승은 어릴 때부터 꿈꿔온 목표”라며 “이를 이루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헀다.
한편 전날 열린 여자 단식 결승에선 세계랭킹 1위 시비옹테크가 챔피언에 올랐다. 시비옹테크는 온스 자베르(5위·튀니지)를 2-0으로 물리쳤다. 2020년과 2022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시비옹테크는 메이저대회 3승째를 수확했다. 시비옹테크는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정신적으로 잘 이겨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정말 놀라운 시즌”이라고 기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