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익명 처리된 판결문을 열람·보도하는 행위는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예방 차원에서 허용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국내 통신사와 소속 기자,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1월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혼인신고를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통신사 소속 기자는 법원 공보판사를 통해 해당 판결문을 열람하고 기사를 썼다. 판결문은 익명 처리된 상태였다.
A씨는 공보판사가 동의 없이 법원 출입기자들에게 자신에 대한 판결문을 공개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A씨는 이렇게 공개된 판결문을 토대로 기사를 쓴 언론사와 기자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도 폈다.
1심과 2심은 법원의 판결문 공개와 보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공보판사는 판결문 공개 당시 A씨는 물론 피해자 모두를 비실명 처리하는 등 개인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했다”며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2013년부터 일반인에게도 확정된 형사판결문의 열람 및 복사를 허용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언론사가 명예훼손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범죄사실 내용이 혼인신고 시 상대방의 동의가 없다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라 시사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다. “사생활의 비밀 등의 침해 정도보다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는 게 재판부 결론이었다.
대법원 역시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이뤄진 판결문 열람·보도 행위가 허용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의 판결문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고 그 내용도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예방에 관한 것으로서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