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 어두운 밤하늘 수놓는 불꽃 폭포

입력 2022-09-12 09:02

철사줄에 매달린 낙화봉에 불을 붙이면 타닥타닥 소리를 내는 빨간 불꽃이 수면 위로 비처럼 쏟아진다. 바람이 잠잠할 땐 고요히 꽃비처럼 내리다가, 바람이 불면 좌우로 흩어져 폭포가 돼 쏟아진다. 어두운 밤하늘과 어우러져 장관을 펼쳐놓는다.

전북 무주군 무주읍 남대천 일대에서 펼쳐지는 낙화놀이다. 이 낙화놀이는 무주군 안성면 금평리 두문마을 전통놀이로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56호다. 조선 후기부터 시작돼 일제 강점기인 1939년쯤 중단됐다가 2007년 복원 재연 행사가 이뤄졌다.

낙화놀이는 준비 단계부터 정성이 들어간다. 뽕나무나 참나무를 태워 만든 숯을 빻아 가루를 낸다. 말린 쑥을 손으로 비벼 쑥깃을 만든다. 적당한 크기의 소금을 햇볕에 말린다. 한지 위에 숯가루를 깔고 소금도 군데군데 놓은 다음 양 끝에 쑥깃을 놓아 김밥처럼 말아 길이 15∼20㎝, 지름 1∼1.5㎝가량의 낙화봉을 만든다. 무명실을 적당히 끊어 대나무 마디같이 봉에 매듭을 지어 준다. 낙화봉이 타다가 숯가루가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줄에 걸 수 있게 고리를 만들면 낙화봉이 완성된다. 쑥깃에 불을 붙이면 숯가루가 타들어 가면서 소금을 터지게 해 불씨를 공중에 퍼뜨린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