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아버지 맞나”…부모가 버린 10살 손녀 성폭행·촬영

입력 2022-09-11 09:23
국민일보DB

보호기관에 맡겨졌던 미성년 친손녀(첫 범행 당시 만 10세)를 수년간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해 소지해 온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이 중형을 받았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74)의 상고심에서 최근 징역 17년을 확정했다. 아울러 2년간 보호관찰 및 5년간 아동·장애인 관련 기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2013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미성년자인 친손녀를 보호시설에서 외출을 명목으로 데리고 나와 6회에 걸쳐 성폭행하고 이 과정을 휴대전화로 46회가량 촬영해 영상을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보호시설에서 지내온 피해자를 만 10세 때부터 보호자 외출 등 명목으로 데리고 나와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선 A씨가 촬영물을 별도로 복사해 소지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A씨는 “휴대전화를 바꾸면서 자동으로 복제된 것”이라며 자료가 복사·이동된 사실, 또는 그 방법조차 모른다고 항변했다. 항소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촬영·제작 후 단순히 소지한 것으로만 보인다”며 촬영본을 별도로 소지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A씨는 1심 결심공판 당시 최후진술에서 “죽을 죄를 지었다. 피해를 당한 우리 아이가 하루라도 빨리 악몽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회인이 되길 기도하겠다”라며 울먹였다. 그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70대 고령인 데다 여러 질환을 앓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친할아버지로서 피해자를 보호할 위치에 있음에도 자신의 요구에 쉽사리 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상황을 이용해 성적 욕구 해소 도구로 삼는 패륜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질책했다.

이어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피해자는 유일한 친족이던 피고인에게 성폭행당하면서도 홀로 감당할 수밖에 없었고, 과연 ‘친할아버지가 맞나’ 의문을 품거나 ‘혹시 임신이라도 하는 게 아닐까’ 걱정할 정도로 큰 충격과 고통 속에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고, 상고심 재판부도 이에 동의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