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한동훈이 내 대체재? 말 안돼…尹 위축돼있다”

입력 2022-09-11 06:35 수정 2022-09-11 15:11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향해 연일 각을 세우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은) 지금 많이 위축돼 있다”고 진단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 “내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과 9일 연달아 공개된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위축돼 있다고 보는 이유로 “정치권에서 믿을만한 사람과 성과를 내는 사람이 누군지 파악을 잘 못하고 있기에 위축됐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압도적으로 이길 것 같은 상황에서 (지지율이 떨어져) 겨우 이긴 기괴한 선거(대선)를 치렀고 그 선거 경험이 유일해 무엇 때문에 (지지율이) 오르고 내려가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대선 때 누가 표를 얻는데 기여했는지, 누가 표를 까먹게 했는지 분석을 잘해야 하는데, 행상(行賞)은 둘째 치고 논공(論功)도 제대로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핵관이 나를 들이받으면 지지율이 내려갔고 나와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손을 잡았을 땐 지지율이 올라갔다”며 “그게 팩트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아직까지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장관을 키워서 내 자리에 앉히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한동훈과 이준석 지지층은 완전히 다르다”며 “한동훈 장관 좋아하는 층은 주부층이 많고, 이준석은 2030 인터넷 커뮤니티 세대”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완재로 삼으면 모를까 대체재는 말이 안 된다”며 “2030와 6070세대는 작은 정부, ‘자유’에 대한 가치 등에서 공감하는 지점이 있지만 4050은 정책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기려면 세대연합, 세대포위론을 강화해야 하는데 지금 당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세대포위론이) 깨졌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정부 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왜 국민의힘이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선 이기고 내가 빠진 동안 자기들끼리 기운 싸움을 했기 때문”이라며 “인수위원장이 뭐하는 사람이기에 정부조직법도 안 만들었나. 자기들끼리 논공(論功)하다 망가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최근 윤 대통령이 윤핵관을 멀리한다는 말이 있다’는 언급에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그들이 했던 수많은 참언으로 피해자가 된 사람에 대해서도 반응이 있어야 한다”며 “그들이 했던 무수한 말을 곱씹어보면서 ‘그때 혹시 (윤핵관들이) 사기 친 거 아닐까’ 되짚어보고 바로 잡을 게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런 게 하나도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대통령) 본인이 진짜 당무를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 당 대표 권위는 무조건 지켜줬어야 한다”며 “그런데 실제 벌어진 일은 뭔가. 저녁 술자리에서 당 대표에 대해 이XX, 저XX라고. 그게 바뀌었을까. 대통령의 캐릭터라고 본다. 그분의 장점일 수 있지만 단점일 수 있다. 본인이 가진 힘의 크기에 따라 써야 할 말이 있고 아닌 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정진석 의원이 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데 대해서는 “비대위도 그렇지만 국회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을 하겠다는 것도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